[배인수의 인테리어 다반사] 자재와 색상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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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6   |  발행일 2020-03-06 제37면   |  수정 2020-03-06
"말하는 色과 보이는 色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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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를 바탕으로 '카키'를 포인트로 하고, 자작그림으로 마무리한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카페 '그리고'의 내부 모습.

아파트 인테리어를 위해 업체 선정도 신중해야 하지만, 마감자재의 선정도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업체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얼마나 나오는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가 많고, 업체를 선정하고 난 후에는 어떤 자재를 사용하여 공사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고, 공사를 하고 나면 장기간 살아야 하니 더더욱 좋은 자재를 사용하여 이쁘고 멋지게 공사를 하길 원하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필자도 자주 겪는 일 중의 하나가 제안 디자인을 두고 상담할 때 좋은 디자인으로 공사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공사비를 두고 상담할 때에는 제안했던 디자인을 위한 자재보다는 공사비의 많고 적음에 상담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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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디자인·적합한 마감자재 선택
공사비 등 충분한 검토·협의 후 시행

노르스름한·샛노랗다 다양한 색 표현
샘플·색채표 제시해도 완벽하진 않아
페인트 성질·건조 따라 짙거나 밝아져
조색·칠 작업 후 또 다른 느낌 나기도
고객 만족하는 디자인이 최고 디자인

필자는 적절하게 공사비가 협의되면 가급적 제안하였던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대한 제안 디자인을 할 때의 자재를 사용하고자 하지만, 공사비 협의가 원만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제안했던 디자인에 근접하는 자재를 이용하여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업체 선정을 위해 3곳 정도의 견적을 받았을 때 당연히 견적금액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나은 디자인을 원한다면, 금액 확인 이전에 제안되거나 사전 협의된 디자인에 적합한 자재를 적용한 견적인지를 먼저 확인하기를 권한다. 협의되거나 원하는 디자인에 적합한 소재를 적용하여 제출된 견적일 경우 저가의 견적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적은 비용도 아닐 것이고, 한 번 공사를 하고 나면 쉽게 다시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서로 협의를 잘하고 시행하는 것이 후회도 없게 되는 일이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이미지를 얼마든지 볼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의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업체 역시 디자인을 제안하는 경우 유사 이미지라던가, 자재 등을 최대한 제시하고 충분한 설명을 통한 협의 후 공사를 진행한다면 좋겠다.

사람은 상상의 동물이다. 상상하는 것이 그대로 말로 표현되어 전달되어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하는 말의 표현이 그대로 전달될 확률은 극히 적다. 특히 우리나라의 언어는 그 표현이 엄청 다양하기 때문에 정말 신경써야 한다.

흔히 말하는 노란색의 표현을 예로 들어보면 '노르스름하다' '샛노랗다' '개나리색 같은 노란색' '파스텔톤의 노란색' 등등 그 표현 방법도 다양하고, 서로 생각하는 색감도 천차만별이니. 이럴 때 색상 조견표를 제시해 서로 색상을 정하게 된다면 쉽게 해결이 된다.

필자도 사업 초기에 유사한 일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디자인 상담 시 문과 문틀, 몰딩 걸레받이를 아이보리색으로 해드리겠다고 제안을 하였고, 클라이언트 역시 바라던 바라면서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져서 공사를 잘 마치고 준공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 '아이보리'란 색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아이보리' 색보다 옅다고 다시 시공해 달라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색은 노란색 기운이 더 많은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 색은 '베이지'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 색이 '아이보리'라고 설명드렸지만, 결국에는 원하는 색상을 다시 협의하고 재시공을 해 드리고 마무리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렇게 서로가 생각하는 색상이 다르듯이 디자인이나 자재 등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 후로 필자의 차에는 웬만한 자재의 샘플과 색상조견표, 시트, 도배 샘플을 싣고 다니다 보니 고객들이 놀라곤 한다. 사실 늘 '내 차에는 여자 빼고는 다 있다'는 농담을 하곤 하지만, 필자의 두 발이 되어주는 차는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다.

최근 색상에 엄청 민감한 고객을 만났는데, 대구 수성구 시지동에서 조그마한 카페를 하고자 했다. 처음부터 '카키'를 포인트로 한다는 말에 이번에도 색상으로 제법 힘이 들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난감하게도 보여드린 색상조견표에 생각하는 '카키'가 없단다. 수십 장의 인터넷 검색 이미지를 받고, 서로 협의하여 색상조견표에서 색을 찾아냈지만 막상 그 색을 조색하여 칠해보니 또 그게 아니라고 한다. 색상 조견표에는 그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한 원색의 조합 비율이 있고, 기계로 그 색 조합 비율에 따라 조색을 하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조색된 것은 페인트 원액이고, 제시된 조견표는 종이에 인쇄되어 건조된 것이다 보니 시각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페인트의 성질에 따라 건조가 되면 원액일 때보다 짙어지거나 밝아진다. 그 오묘한 차이조차 짚어내는 고객. 알고보니 미대 출신이다. 클라이언트의 딸조차 미대 출신이니 참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조색과 샘플링 도색 후 건조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도장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 진행 과정 동안 하나하나 서로 협의를 거쳐 진행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조금 길어진 공사 기간으로 오픈은 늦어졌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포인트로 쓰고 싶은 '카키'의 적용 범위를 협의로 제한하여 쓰게 조언하고, 고객은 그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여 줘, 서로의 협의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 거기에 고객의 딸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면서 카페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어느 공간이든 자재의 선택과 색상의 선택이 중요하다. 결국 인테리어 디자인이 중요한데, 베스트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고객이 만족하는 디자인이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절제된 포인트에 직접 그린 그림이 더해지면서 서로 협의로 완성된 대구 신매동의 카페 '그리고'를 주인 허락을 구해서 사진을 공개한다.

주거공간이든 상업공간이든 간에 서로 충분한 협의를 거친 공간일수록 고객의 만족도는 컸고, 서로 후회 없는 끝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운 시기라서 그런지 견적의뢰조차 없다. 자영업자들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고, 하루빨리 이 상황이 종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것 같다. 얼마 전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중국이 코로나19로 자동차 부품생산에 차질이 생긴 여파라고 한다.

자동차부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건축자재 역시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되어 국내로 공급이 된다. 과거에는 중국산 자재는 무조건 저가에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국내 공장의 중국진출 등으로 품질관리가 잘 돼 자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 많기 때문에 건축 현장에 사용되는 많은 자재가 'Made in China'다. OEM으로 생산되던 많은 자재들이 중국 공장의 마비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내 건축 현장의 내일은 차질이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며칠 전에 마무리하게 되어 있던 모 학교 공사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LED큐브 의자를 납품할 수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고, 입학 일자 연기와 학교 측의 양해, 그리고 잠시 숙연해진 중국의 상황으로 다음 주에 어렵사리 납품을 마칠 계획이다. 코로나19의 종식으로 모든 것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기원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이 위기를 잘 견뎌내길 바란다. 본 건축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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