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만든 김밥·조선족 힘모아 보낸 마스크…정성껏 대구응원

  • 김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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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1   |  발행일 2020-03-11 제18면   |  수정 2020-03-11
여행적금 깨서 성금 기탁하고
'소통장애' 이주민에 소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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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게 줄 김밥을 의성 주민들이 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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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변의 조선족 동포들이 대구에 마스크 1만7천장을 보내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애써 모은 여행 경비를 기부하고, 밤샘해 김밥을 싸서 의료진에게 전달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또 연변의 조선족 동포들도 마스크를 보내면서 대구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정선자(61·동구 지저동)·노영희씨(62·수성구 만촌동)는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모은 돈을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마스크를 사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이들은 살기 바빠 한 번도 가지 못한 제주도 여행을 꿈꾸며 2년 전 적금을 시작했다. 일정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때 형편에 따라 조금씩 돈을 모아왔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로 대구 전체가 갑자기 어려워지자, 문득 여행을 위해 준비한 돈이 생각났다. 정씨는 친구 노씨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까지 제주도 안 가보고도 살았는데 우리 이 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사용하자. 여행은 또다시 모아서 가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씨는 망설임도 없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화답했다.

정씨는 친구 영희씨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어려운 형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쁜 친구.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정씨는 관리하던 통장을 들고 바로 은행으로 가서 돈을 인출해 지난달 28일 동구 지저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성금을 냈다.

정씨는 "적은 금액이라 부끄러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나왔다"고 수줍게 말했다. 노씨는 "여행을 위하여 준비한 돈이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되어 기쁘다. 우리는 건강하니까 지금부터 다시 돈을 모아서 제주도 여행을 가면 된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의성군 안계면 주민 4명은 이틀 동안 김밥 300줄을 싸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박준경 한화생명 의성지점 팀장(여·47)을 비롯해 윤이분(여·58·동양주유소 대표)·이동훈(여·48·카페 소나무 대표)·이충원 의성군 의원은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김밥을 쌌다. 박준경 팀장은 "코로나19 극복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이 너무 고맙다. 내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간식거리 만드는 것뿐이어서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인 '아가쏘잉'(대표 김경애)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원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소통까지 쉽지 않아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연변 조선족 동포들도 대구에 방역품을 보내서 대구시민들을 응원했다.

연변조선족가이드협회, 연변한마음천사애심협회, 연변패밀리그룹, 장자제조선족가이드협회, 베이징조선족가이드협회, 20원의 기적그룹 등 6개 단체는 마스크 1만7천장을 최근 대구로 보내왔다. 이들이 보낸 마스크는 대구의 각 동 행정복지센터로 전달, 취약계층에 우선 전달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방호복 100벌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연변조선족가이드협회 관계자는 "조선족 동포들의 작은 정성이지만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하루속히 막고 시민 모두가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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