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
봄볕이
젖은 씨앗을 말려요
아가미가 없는 물의 숨으로,
물갈퀴처럼 휘어진 손 마디에 거꾸로 매달린 중력을 견디며, 빛의 파장도 견디어야만 해요
보고 있나요
당신에게 스며드는 풀흰나비의 군무
이미 뼛속까지 비워줬으니 이젠 날기만 하면 돼요
언 땅 위 곁가지로 자란 꿈들 하얀 기지개로, 우리 새로 돋아나요
보고 있나요
돛새치처럼 뻗어 오르는 새의 깃
나와 당신, 함께라서
눈물 속을 지나 날아갈 수 있는, 우리
한 번의 턴이 중요하죠
캄캄한 밤은 돌아보지 마요, 이제는
뜨거운 불의 고집이 필요할 때예요
지금이에요
물비늘을 털고 움츠린 날갯죽지를 펴요
멍든 일상은 던져버리고
햇살 푸른 숨으로 날아올라요
거기, 그림자 위
견딤의 꽃, 위로
우리, 오늘부터
살포시 피어나는 거예요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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