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거리두기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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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0   |  발행일 2020-03-20 제21면   |  수정 2020-03-20

노희정

이 어수선한 시기에도 자신을 알리려는 관종(대중의 관심에 목매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들은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해괴한 일을 서슴지 않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초를 다투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민들은 처음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무한한 공포감을 느끼고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지만, 동시에 감염속도가 가장 빠른 대구지역으로 많은 의료진이 봉사를 자원하며 십시일반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좋은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과 위험을 감수할 용기, 진실을 말할 기강,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갖췄다"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거리두기' 캠페인을 제안하였고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 간의 거리를 유지하자는 의미로 '#2주간 #2weeks #2주간자발적외출자제'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을 온라인상에 올리며 대다수의 이들이 캠페인 동참을 알리고 있다. 외출이나 모임을 삼가자는 내용으로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 접촉을 최소화하자는 캠페인이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던 사회에서 서로가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거리두기를 통해 배려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거리는 재택근무, 유연근무, 모바일을 통한 교육과 휴원을 권고했다. 그로 인해 집이 회사이며, 식당이며, 카페가 되는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대한 답답함과 우울감이 생겨나고 있다. 맛 집을 찾아가던 발걸음은 집으로 향해야 했고, 반가운 친구와의 만남도 서로가 자제하며 반가움의 악수도 주먹이나 발을 가까이하는 어색한 인사법으로 바꿔 놓았다.

외출한다 하더라도 서로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누는 식사가 아닌 한 줄 식사를 하며, 마스크 착용을 통해 상대를 비롯한 외부에서 들어오는 후각 정보를 차단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보다 정서적 거리감을 훨씬 느껴 사회적 거리뿐만 아니라 감각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된다.

정서적 밀착감을 유지하는 '심리적 방역'을 위해서는 가족 또는 편한 친구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서로 감사함과 응원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듣고 소리 내어 따라 부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 가벼운 샤워를 할 때 목 뒷부분,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가볍게 만지거나 두드려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자기 전에 누워서는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며 "수고했다. 잘 될 거야" 이야기해주는 것으로도 촉각적인 위안이 된다.

어느새 봄나물이 지천을 이루는 시기다. 가까운 전통시장에 들러 나만의 건강 제철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더불어 봄과 어울리는 컬러의 접시에 플레이팅하며 시각과 미각, 그리고 후각의 자극으로 나의 감각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재미와 즐거움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감각이 되면 안 되니 말이다.

의도된 '잠시멈춤'이 아니더라도 나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기로 만들어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거나 취향에 맞는 활동으로 다시 한번 일상의 소소한 감각을 누려보자.

난 오늘 '달고나 커피'를 집에서 만들어 보거나,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던 에스프레소를 마셔봐야겠다.
노희정 (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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