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사건…성범죄 수요자 처벌 강화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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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3   |  발행일 2020-03-23 제27면   |  수정 2020-03-23

최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한 성 착취 음란물 유통 범죄가 사회 이슈로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가입자 26만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22일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앞서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도 168만5천여 명이 동의했다. 이와 비슷한 제목의 국민청원도 여러 건 더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코로나19 극복에 정신이 쏠려 있는 가운데서도 이처럼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국민청원에 나선 것은 이 사건에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방증이다.

경찰에 따르면 20대인 조모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냈다. 피해자가 74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16명 포함됐다고 한다. 조씨는 이들 여성을 협박하고 성폭행해 만든 성착취 동영상을 일명 'n번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포해 억대의 이익을 얻었다. 특히 조씨는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니 충격적이다.

사이버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악용한 △단톡방 성희롱 △불법음란물 공유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딥페이크 음란물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한 인물 영상 합성 편집물)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는 신종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양형기준을 성폭력의 범주로 설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본 사람들도 공범'이라는 여론도 거세다. 청와대 청원에서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없다.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 공감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 수요자를 강력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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