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계는 활동자제 캠페인에 솔선수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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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4   |  발행일 2020-03-24 제27면   |  수정 2020-03-24

대구지역의 일부 교회가 지난 일요일 당국의 자제요청을 뿌리치고 예배를 강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날(22일)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 2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추진키로 한 첫날이다. 대구시와 방역당국도 교회 등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당분간 운영을 중단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가 일탈 행위를 한 것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시민들이 일부 교회의 예배 강행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는 신천지교회의 집단 감염 사례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의 다른 지역과는 입장이 판이하다. 신천지교회에서 수천 명의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2차·3차로 전염되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환자 발생률을 보인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일부 교회들이 신천지 교회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만약 일부 교회에서 또다시 확진환자가 발생한다면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인 대구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된다. 더욱이 예배를 강행한 교회에선 우선적 보호대상인 어린이까지 대동하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몰지각한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정부에선 불가피하게 시설을 운영한다면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권하고 있다. 출입자 명단 작성, 열감지기 가동 및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일정 간격의 거리 유지하기, 소독제 사용, 잦은 환기 같은 내용들이다. 규정을 어기면 지자체가 집회·집합 금지명령(운영 중단)을 내리고,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방역지침을 거슬러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손해배상까지 청구당하게 된다.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은 이런 규정을 준수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주변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동참해야 할 종교계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면 오히려 지탄을 받게 된다. 모든 종교는 사랑과 평화와 나눔을 추구한다. 종교계는 중대한 시국일수록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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