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지금이 거꾸로 간 정책 바로잡을 적기다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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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5   |  발행일 2020-03-25 제27면   |  수정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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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 요즘처럼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진 봄날이 있었을까 싶다. 해마다 맞이했던 봄날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하루하루였음을 절절히 느낀다. 지금은 이 같은 사사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다. 누군가가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하다. 답답하고 먹먹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23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6%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역성장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경제가 코로나까지 겹쳐지면서 미증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연일 경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돈풀기가 핵심이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돈 풀기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미국처럼 무한정 돈풀기를 할 수도 없다. 돈풀기와 함께 현 정권 들어 거꾸로 간 정책을 되돌려 놓는 특단의 조치도 포함돼야 한다. 대표적인 거꾸로 정책이 탈원전 정책이다. 위기 때는 위기에 걸맞은 대처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막무가내고 뒤죽박죽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24일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비전문가(지역 대학 의대 교수, 행정학부 교수 등)가 다수 포함된 정부·여당 위원이 주도했다. 7천억원을 들여 보수해 2022년까지 가동키로 한 멀쩡한 원전을 강제로 멈춰 세웠다. 한수원은 가동 중지 이유로 경제성 문제를 들었지만, 정작 가동 중지 표결 때는 '가동을 정지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만 냈다. 경제성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월성 1호기 해체 비용은 7천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7천억원짜리 건물을 짓자마자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부수는 셈이다. 돈이 넘쳐나도 이럴 수는 없다. 미국은 40년 수명의 원전을 80년까지 연장해 가동하고 있다. 국회 요구로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탈원전 정책 3년 만에 60년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대표 원전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감원에 이어 휴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신한울 3, 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가 치명타가 됐다. 이는 협력사의 도산으로 이어져 국내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회복 불능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앞장서서 수천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 것이다. 자충수도 이런 자충수가 없다. 초우량 공기업이었던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연간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불량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한전은 수천억원을 들여 한전공대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는 원전을 짓지 않겠다면서 원전 수출은 지원하겠다고 한다. 정권 초반에는 원전 세일즈 외교를 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그런 움직임도 없다. 당연히 실적도 없다. 탈원전 반대 목소리가 높아져도 우이독경이다. 24일 현재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57만8천500여명에 이른다. 미세먼지와 탄소배출을 막는데 원전만 한 에너지원은 지금까지는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원전 건설이다. 원전산업은 분명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탈원전을 취소하면 세계 원전 건설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지금이 거꾸로 된 정책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적기다.

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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