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혐오범죄 위험'…美아시아계 총기구매 급증

  • 입력 2020-03-25 07:38  |  수정 2020-03-25 07:43  |  발행일 2020-03-25 제15면
LA폭동 경험 자기방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내에서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가 늘어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총기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온라인 탄약 판매업체 애모닷컴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지난 10일 하루 판매량이 이전보다 276% 급증하는 등 최근 탄약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곳곳의 총기 판매점 앞에는 총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으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이들의 총기 구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9일 캘리포니아주의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아시아인 혐오·차별 사례를 고발하는 사이트를 개설한 후 하루 만에 40여 건의 신체적·언어적 폭력 사건이 접수됐을 정도다.

캘리포니아주에는 690만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살고 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로스앤젤레스의 총기 판매상 데이비드 류는 "내 고객은 주로 아시아계이며 특히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데, 최근 하루 판매액이 1만달러(약 1천260만원)에 달할 정도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 고객들은 신문에서 외국인 혐오 범죄 소식을 접하고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고객 가운데 80∼90%가 생애 처음으로 총을 사는 사람들이며, 베트남인, 필리핀인, 일본인 등의 총기 구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아시아계가 본 피해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 미국 경찰은 LA폭동 초기 사흘 동안 한인타운 등 아시아계 거주 지역에 출동하지 않았고, 한인들은 총기를 들고 약탈자들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당시 한인 기업의 피해는 5억달러(약 6천300억원)에 달한다.

소기업을 운영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데이비드 찬은 최근 탄약을 잔뜩 사들였다면서 "공포가 번지고 있고 경제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나는 LA폭동을 겪었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쳤을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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