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인은 코로나보다 월세가 더 무서워…상생 위해 착한 건물주 운동 동참해 달라"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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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1   |  발행일 2020-04-01 제17면   |  수정 2020-04-01
윤선주 대구 와룡시장 상인회장
"손님없어 대출로 월세내야할 판
속앓이하는 상인 헤아려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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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서구 와룡시장 윤선주 상인회장. 윤 회장은 와룡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임대료도 내기 버거운 만큼 건물주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영세상인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착한 건물주들이 있어, 이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살아갈 힘이 나고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대구시 달서구 와룡시장 상인회 윤선주 회장(61)은 코로나19 사태로 와룡시장 상가 건물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며 임대료 인하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이 일에 앞장서게 된 것은 지난달 25일 와룡시장에서는 처음으로 건물주 김복식씨가 "두 달간 임대료를 50% 인하해 주겠다. 상황이 길어지면 인하 기간 연장도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장사가 안돼 힘들어하는 상인들에게 작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시장의 영세상인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게 월세"라며 "자발적으로 먼저 임대료를 깎아 주겠다는 건물주가 있어 너무 고맙다. 그러나 외면하는 분들도 있다. 임차인이 직접 말도 못 꺼내고 속앓이를 하고 있어 대신 전화로 부탁하고, 인쇄물을 돌리며 사정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전체 매출이 평소의 10%도 안 나온다. 와룡시장은 성서산업단지 근로자와 계명대 유학생 등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글로벌 시장이다. 그런데 이젠 외국인들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상인조차 시장을 떠나고 건물만 남을 수 있다. 같이 상생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닭발요리 전문점을 하고 있는 상인회 총무 차경애씨(54)는 "우리가게 건물주가 두 달치 임대료를 50% 인하해 주었다. 정말 고맙다. 그런데 인하해준 착한 건물주가 다른 건물주에게 욕을 먹고 있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또 왕족발집을 운영하는 최용환씨(61)는 "우리집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하루 종일 나와 있어도 손님이 없는 곳도 있어 안타깝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고,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구점을 운영하는 김계수씨는 "매출이 없는데 부가가치세 감면이 무슨 소용이냐"며 "통장에 잔고가 없어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생계지원부터 먼저 해야 한다. 지원도 말만 하고 언제 될지 모르는 형편이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윤 회장은 "장사가 안되니 대출로 임대료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보증대출이나 긴급대출을 받더라도 당장 이번 달부터 월세를 내야 하는데 대출금을 받기까지는 두 달가량 기다려야 한다. 또 저금리 대출을 하더라도 장사가 안되는 상인들에게는 너무나 큰 돈"이라며 "그래서 일부 건물주들에게 상인들을 선동한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임대료 인하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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