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 시민들은 강하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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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6 08:10  |  수정 2020-03-26 08:13  |  발행일 2020-03-26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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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기자〈경제부〉

거리를 걷다 보면 성큼 다가온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앙상했던 벚꽃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피어올랐고 노란색 개나리도 보인다. 지난 20일은 24절기 중 4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은 '봄을 나눈다'라는 뜻으로 옛사람들은 이 시기의 날씨를 보고 1년 농사의 '길흉화복'을 점쳤다고 한다.

현재 대구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공포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대구의 서비스업은 생사기로에 놓여있다. 대구의 중심상권인 동성로와 서문·칠성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이고 관광·여행업은 일정이 모두 취소돼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 제조업 또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줄여 근근이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는 실업급여 및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1분기의 끝자락인 지금의 대구 경제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옛 농부들이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분명 '흉'을 점쳤을 것 같다.

정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코로나 추경 편성' 등으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코로나로 고통 받는 수많은 업체들의 바람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의 마음 역시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똑바로 듣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뿐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데 필요한 건 결국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로 국가 위기의 순간마다 극복했던 저력이 있다.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의 후손답게 취재 현장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은 강하고 정이 많았다.

칠성시장 상인들의 '응원 도시락' '코로나 극복' 메시지를 점포마다 붙여 놓은 동성로 상인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 제조업체 등을 취재하면서 코로나 극복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지금 거리에는 새싹이 자라고 있다. 새싹은 도시와 농촌, 산업단지 등을 가리지 않고 피어난다. 봄을 나누는 시기라는 춘분이 다가온 만큼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대구시민들의 마음에도 희망의 새싹이 한가득 피어났으면 좋겠다.오주석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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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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