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더불어민주당의 변론 기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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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  발행일 2020-03-27 제23면   |  수정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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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기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영리하다. 그냥 말 그대로 영민하고 민첩하다는 뜻이다.

영리한 변호사의 기준은 뭘까. 첫 번째는 법정에서의 변호사의 능력은 얼마나 유리한 법리를 끌어내느냐에 있다. 우리한테 유리한 쟁점을 먼저 찾아내 변론을 주도해야지, 상대방이 쳐 놓은 그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는 패소하기 쉽다. 사람들이 굳이 전관 변호사를 찾는 것도 수십 년간 다양한 사건을 재판하면서 쌓인 식견을 믿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쟁점을 찾아내 변론을 이끄는 것을 정치에 적용하면 프레임 설정이다.

현 정부의 집권 초반기 온 나라의 화두는 적폐청산이었다. 과연 적폐가 맞냐, 청산이 과도하지는 않냐에 빠져 있었고, 무능한 야당은 다른 어떤 어젠다도 던지지 못했다. 이후 똑같은 적폐가 환경부에서 벌어졌을 때, 민주당은 체크리스트란 말을 던졌고, 우리는 정말 그때랑 다른 건 아닌지 스스로 반문했다. 적폐청산은 국정장악에 괜찮은 프레임이었다. 아무리 법리에 뛰어난 변호사라도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사건도 있는 것처럼 프레임 설정에 능하더라도 한계는 있기 마련인데, 민주당은 꽤 잘 헤쳐나오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한계였던 조국 사건은 검찰 개혁 대(對) 적폐 검찰의 정치적 반란으로 네이밍해버렸고, 중간에 있던 공수처 통과 같은 고위공직자 몇 명에나 관련된 사안은 애초 논쟁거리도 아니었다.

두 번째 한계였던 비례 위성정당 설립은 시민참여 플랫폼 정당이 돼버렸다. 시민이라는 말은 보편적이고 정의로운게 아니었던가. 저 당의 정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모든 건 집안싸움 드라마를 보여준 야당 덕에 묻혀버렸다. 상대 변호사를 잘 만났다고나 할까.

지금 발생하는 위기는 세 번째 한계다. 이번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고, 정부의 초기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뒤따랐다.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생긴 위기인 만큼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권의 대응은 재빨랐다. 위기의 원인은 특정 종교 단체에 전가했고, 검사 성과는 의료계의 공을 가져와서 '방역강국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대단한 구성이다. 거기에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슈 선점까지 하면서, 마스크 공급과 초기 방역 실패에 화력을 집중하던 야당은 별로 할 말이 없어졌다.

영리한 변호사의 두 번째 기준은 의뢰인의 신뢰를 얻는 것에 있다. 정치에서 의뢰인은 지지층인데, 민주당의 총선맞이 전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지층에 살고 죽는다는 식이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원인은 당내 계파 문제이지만 '촛불민심'이라는 거창한 프레임에 역시 묻혀버렸다. 반면 야당은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줬고, 거기에는 지지층 대신 계파만 보였다.

양 당의 얘기를 법정으로 가져간다면 승리는 민주당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 정확하게 대응하고 불리한 점을 털어냈다. 재판의 근거는 법리일 뿐 거기에 배신감, 상식, 위선 같은 감성적 판단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러면 선거는? 유권자는 꺼냈다가 뒤집고 분열되는 전체를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법관과는 다르다. 변론의 기술 이전에 진정성이 기본이라는 점도 다르다. 이러니 참 결과 예측이 어렵다. 다만 지난 선거를 볼 때 민심은 정말 소름끼칠 만큼 정확한 판단을 해왔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갖는 상식적 판단이 4월15일의 결과라 보면 되지 않을까.

전지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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