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19 지옥과 천당 오간 간호사 " 뜬눈으로 밤 새워...제 주변 모두 음성 판정 다행"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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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5 16:30  |  수정 2020-03-25 18:45  |  발행일 2020-03-25
3일 만에 코로나19 양성에서 음성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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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호트 격리된 봉화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

"양성이 나왔다는 소릴 듣고, 제일 먼저 저희 환자분들 걱정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간호사인 A씨는 만감이 교차한 듯 전화 인터뷰 내내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3일 만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결코 웃지 못했다.

A씨는 3일 전인, 지난 22일 오후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봉화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에 근무하는 A씨는 경북도 내 노인요양병원 입원 환자와 종사자 가운데 샘플링 진단 검사의 대상자로 선정돼 지역 내 노인요양병원 환자와 종사자 12명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A씨는 "검사를 받고 다음 날, 봉화보건소에서 검사 결과가 양성과 음성, 불분명해 재검사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대구와 경북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특히 지역 요양원에 집단 발병해 그 여파로 해성병원 사태도 옆에 지켜봤다"며 "그래서 최근 병원과 집 외엔 다른 곳에 가질 않았고, 집에서도 위생에 신경을 써 별일 아닐 것이라고 여겼는데, 양성이 나왔다는 소식에 처음엔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특별한 증세는 없어 일단 생활치료센터인 안동 국학진흥원으로 이송돼 격리된 A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사람도 아닌 의료인인 내가 감염되다니, 나로 인해 내가 매일 얼굴 보며 돌본 환자들은, 우리 직장 식구들은, 우리 가족들은, 다 어떡하지…라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나로 인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봉화지역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리가 나고, 병원 전체가 격리돼 환자는 물론 병원 가족들 집 식구들까지 검사가 이뤄진다는 얘길 듣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24일 새벽. A씨는 병원 내 환자와 동료들은 물론, 집에 있는 가족들까지 모두 음성이 나왔다는 기적 같은 소식은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정말 정말 다행이었고, 모두 음성이 나와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며 "처음 확진 통보를 받았을 때 치료를 받은 알레르기성 폐렴과 기관지 확장증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완치된 상태이고, 너무나 아무런 증세가 없어 병원 측과 함께 보건당국에 다시 검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와 병원 측의 요구로 지난 24일 3차 검사가 이뤄졌고,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은 2차례에 걸친 진단 검사에서 결국, 음성으로 결론이 나면서 A씨는 코로나19 감염자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지금은 누굴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가 돌보는 환자들과 직장 식구들, 우리 가족들 모두가 음성이란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고, 나로 인해 고생할 우리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며 울먹였다.

글·사진 봉화=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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