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좀 합시다"권영진 시장 손사래치며 돌아서 쓰러져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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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6 18:54  |  수정 2020-03-27 08:59  |  발행일 2020-03-27 제2면
민주당 시의원과 긴급생계자금 지급 놓고 실랑이
병원에서 의식 찾아..."당분간 안정 필요할 듯"
방역 컨트롤타워 작동에 차질이 불가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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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에 참석 후 민주당 이진련(비례) 시의원과 코로나19 긴급생계비를 4·15 총선 이후 지급한다고 한 것에 대해 언쟁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대구지역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 중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갑자기 쓰러졌다. 권 시장은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지원을 위한 대구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본회의장을 나서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권 시장은 다행히 곧바로 의식을 찾았다. 권 시장이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여 대구 방역 컨트롤타워 작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관련 추경이 여·야 시의원의 난타전 끝에 통과된 오후 3시5분 쯤, 권 시장이 본회의장을 떠나자 더불어민주당 이진련 시의원이 따라가며 긴급생계자금을 총선 전에 현금으로 조기 지급하라며 시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자 권 시장은 손사래를 치며 "이제 제발 그만 좀 합시다"고 말했다. 잠시 뒤 권 시장은 시의회 본회의장 계단을 한발짝 내려오면서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청원경찰이 권 시장을 일으켜 세운 데 이어 수행비서가 시장을 들쳐업고 시청 본관 2층 시장실로 향했다. 불과 10~15초 만에 생긴 일이다. 권 시장은 시장실에서 잠시 안정을 취하다가 3시25분 쯤 119구급차에 실려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권 시장은 곧바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했다. 병원측은 퇴원 시기를 조율 중이다. 


앞서 권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쯤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지원 추경안 의결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시의회 본회의장에 참석했다. 본회의에 앞서 배지숙 시의회 의장은 권 시장이 전날 이진련 시의원의 발언 도중 아무런 사유없이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해 경고를 줬다. 당시 이 시의원은 긴급생계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총선 전 빨리 지급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날선 발언을 쏟아내던 중이었다. 이와 관련, 권 시장은 본회의에서 "어제는 몸이 안좋아서 자리를 떠났고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했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사과를 했다. 권 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도 "요즘 제 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 몸도 마음도 한계 상황에 와 있다. 한 달 넘게 사무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시장은 쓰러지지 않았다면 이날 오후 4시 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전국 시도지사와 영상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각 지자체별 긴급재난생활비 지원 현황을 공유하고, 정부가 책임지고 긴급생활비를 지급해 줄 것을 건의하는 자리였다. 결국 영상회의는 무산됐다. 


한편 지난 24일 대통령이 주재한 당·정·청 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역상품권(소비쿠폰)으로 4·15 총선 직후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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