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n번방의 가해자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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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8   |  발행일 2020-03-28 제23면   |  수정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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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텔레그램에서의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인터넷상의 음란물 사이트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지속적인 수사로 인하여 운영자와 소비자들이 은신처가 줄어들자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텔레그램으로 몰려든 것뿐이다. 텔레그램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미 몇 개의 방이 개설되어 회원들끼리 엽기적이거나 변태적인 음란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수험생들이 자료를 나눠보는 방에서도 이런 음란물들이 버젓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약 2년 전부터 '갓갓'이라는 닉네임이 기존의 n번방에 덧붙여 4개의 방을 더 개설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단순히 음란물을 업로드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에 해당하는 영상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개월 후 갓갓은 홀연히 사라지고, 얼마 후에 '박사'라는 닉네임이 등장한다. 그는 갓갓의 수법을 한층 발전시켜 사기와 협박을 해 여성들 특히 미성년자들을 성노예화시켰다. 특히 그는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업체처럼 운영했고 내는 돈에 따라 다르게 관람할 수 있도록 등급화했다. 이 정보를 제공한 관계자에 의하면 사채 추심과 폭행, 스토킹까지 저지르고 심지어 마약 관련 범죄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20대 중반의 '박사'가 검거되었고 그의 신상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텔레그램의 운영자들은 대부분 젊지만 심지어 고등학생도 있었다. 피해 여성들 역시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물론 호기심에 가입하는 청소년들이 없지는 않겠으나, 수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이들을 우리는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 150만원에서 3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상화폐로 교환해서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큰돈을 쉽게 지불할 능력도 되어야 하며 가상화폐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상컨대 그들은 20대 중반에서 40대의 나이에 번듯한 직업이 있거나 꽤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들이 올린 대화를 보자면 단지 구경하는 차원을 넘어서 같이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질 때까지 변태적이고 능욕적인 요구를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소위 AS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사가 1만명이 넘게 들어와 있는 비밀대화방에서 어떻게 여성을 착취해 영상을 찍었는지 밝히자, '제발 노예녀 영상을 더 풀어달라'며 환호하기도 했다. 큰돈을 낸 만큼 더 큰 변태적 만족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자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이런 디지털 성범죄의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일이 언젠가 잠잠해지더라도 돈이 있고 잠재수요가 있다면 다시 비슷한 범죄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다. 그리고 단순가담자이든 큰돈을 썼든 이들은 우리 주위의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 애인들을 언제든지 성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다. 실제로 오고 갈데없는 청소년들을 협박해서 반인륜적 영상을 제작하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여성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이 경쟁적으로 업로드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을 색출하고 엄벌하는 것이 운영자를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단순가담자들부터 모두 처벌하되 적극 가담자와 고액가담자들의 죄질이 매우 나쁨을 인식하고 디지털성범죄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중형에 처하든지 신상공개를 해야 앞으로 이런 반인륜적 범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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