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전염병과 烙印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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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8   |  발행일 2020-03-28 제23면   |  수정 2020-03-28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이어지면서 확진 환자와 격리에서 해제된 사람들이 또다시 힘들어 하는 부분은 '사회적 낙인'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 퇴원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주위에서 마치 바이러스 덩어리를 보는 것처럼 피하는 듯할 때 강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시골처럼 익명성이 보장 안 되는 공동체의 경우 낙인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이로 인해 완치된 이후에도 죄수처럼 집 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도 사회적 낙인이 이슈가 됐다. 당시 국립서울병원이 메르스 유가족과 격리해제자 등을 대상으로 전화상담을 한 결과, 대부분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신천지 신도'라는 낙인이 또 하나 추가돼 감염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떤 사람이 부정적으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에 대한 나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 대한 나쁜 기억은 웬만해선 사라지지 않으며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몰아가게 마련이다. 사회적 낙인이 특정 민족이나 인종, 지역 등 집단을 향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독일 나치정권의 유대인 학살, 1992년 미국 LA지역을 무법천지로 몰아넣은 흑인폭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리 국민이 낙인 때문에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건은 일본 관동대지진 때였다. 근거도 없는 낙인이 조선인에게로 향하면서 대학살 피해를 당한 것이다.

얼마 전 대구시교육감이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확진자에 대한 정보 부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낙인효과를 언급하며 코로나19 학생 확진자의 명단을 주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교육감이나 대구시장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전염병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낙인찍는 현상은 비극적인 일이다. 기본적으로 전염병 감염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인 재난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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