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이런 정당 투표가 '민심 그대로'일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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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30   |  발행일 2020-03-30 제26면   |  수정 2020-03-30
비례 정당 35개로 역대 최다
제1,2당도 위성 정당 가동해
준연동형비례제 무의미해져
권력 독점 폐해만 더 키운꼴
민심 왜곡된 결과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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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 20대 총선의 21개 정당을 훌쩍 뛰어넘었다. 연동형비례제에 대한 기대가 소수정당들의 참여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물론 진입장벽은 3% 그대로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4개 정당이 3%를 넘겨 비례의석을 확보했다. 이번에 2~3개 정당 정도가 더 늘지 모르겠다. 사실 제1, 2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가동하면서 준연동형비례제의 새로운 기대효과는 거의 무의미해졌다. 선거제 개편의 취지는 무색해졌고, 정치 참여에서 정당 독점의 폐해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도해 온 쪽에는 지지율 그대로 반영되는 제도라고 했고, '민심 그대로' 제도라고도 했다. 지역구 투표도 있고 비례 정당투표도 있는데, 연동형에서 말하는 지지율은 비례 정당투표에 나타난 지지율을 말한다. 비례의석이 너무 작으니 50%만 연동시키겠다고 해 준연동형이라 불렀다. 의원 300명 정수의 대부분을 253개의 지역구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배제한 채 비례정당 지지율만으로 '지지율 그대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비중으로도 그렇지만, 지역구 투표에 비해 비례투표가 더 민심을 잘 반영하는 것인지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사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 했지만, 연동형에서도 지역구 사표는 그대로 남는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에서 사표의 완화 효과에 대한 기대는 비례대표의 확대에서 시작한다. 비례대표 47석은 그대로인 채 연동형만 채택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약한 소수정당을 비례 배분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이지만, 지역구의 투표와 정당투표는 투표의사의 성격이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 연동형의 모델이 된 독일의 혼합 선거제도 연동형이다. 그러나 독일의 혼합제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규모가 1대 1이다. 우리는 5.2대 1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재개정 논란이 되고 있는 뉴질랜드도 1.4대 1이고, 한때 채택했지만 되돌린 알바니아도 2.5대 1이었다. 무엇보다 독일의 혼합형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를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도입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와 정반대의 배경과 경로다.

100%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왔던 독일에서 2차 대전 이후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소선거구제를 혼합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비례대표 배분 몫에 소선거구 당선자를 넣어서 계산해 그만큼 빼고 할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와 정반대의 경로인 독일의 경험이라면 우리나라 소선거구제의 보완책은 연동형이 아니라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우선이다. 사실 우리의 연동형도 비례대표 확대를 전제로 했다. 그리고 혼합된 제도에서 개정된 제도처럼 정당투표를 중심으로 연동하는 것과 예전처럼 지역구 후보 투표와 비례 정당투표를 각기 반영하는 것 중에 어느 게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지 따져 볼 대목이다.

당연히 승자독식의 제도는 여전히 보완되어야 할 과제다. 그 대안은 비례대표제와 친화력이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는 정당을 통해 매개된다는 점에서 딜레마다. 정당이 민심을 담지 못한다면 비례대표제는 오히려 민심 그대로가 아니라, 민심을 왜곡하는 정당 독점의 권력만 키우게 된다. 비례 위성정당 논란과 공천 과정을 보라. 기성 정당 다 퇴출시키고 싶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게 들린다. 비례대표 확대 못지않게 정당 독점과 특권을 해소하는 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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