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업체 물류창고에 재고만 쌓여 ...코로나19로 수출길 막혀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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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9 16:03  |  수정 2020-03-29 17:02  |  발행일 2020-03-30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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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길이 막히면서 대구지역 한 섬유업체의 물류창고에 원단이 가득 쌓여 있다.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힌 대구 섬유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를 이유로 원단 수입국에서 잇따라 주문을 취소 또는 보류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대구 섬유업계의 물류 창고에는 재고만 가득 쌓이고 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재정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 대구·경북 4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피해 상황을 집계한 결과 손실액이 490억원에 달했다.

수출 제한 및 재정 상태 악화로 비교적 규모가 큰 섬유업체들이 하나, 둘 '4월 휴업'에 돌입하면서, 거미줄처럼 엮인 대구 섬유업계의 특성상 '무더기 휴업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슬람 교도들의 옷 제작에 쓰이는 원단을 100% 중동 국가에 수출하는 성서산단의 A 염색업체는 4월로 예정된 중동 최대 축제인 '라마단'을 대비해 원단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중동 국가에 코로나가 빠르게 퍼지면서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 현지에 떨어진 전국 이동 중지 명령으로 은행과 상점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 A 업체는 수출 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A업체 간부 한모씨는 "중동 국가에서 원단 선적 보류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 물류 창고에 재고만 쌓이고 있다. 주문감소로 4월부터는 공장 가동률도 50%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폴리에스테르를 유럽과 미국, 터키 등으로 수출하는 염색산단의 B업체는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우한에 한정될 당시 '반짝 특수'를 누리며 생산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바이어들의 주문 취소 및 보류가 잇따르면서 자금 운용에 곤란을 겪고 있다. B업체 간부 이모 씨는 "투자한 돈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 수출 비중이 큰 이탈리아 시장은 2주 전부터 셧다운에 들어갔고 미국의 코로나는 이제 시작 단계라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수출 업체들을 상대하는 대구지역 영세 섬유업체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수출업체의 '임가공'을 주로 하는 C업체는 최근 주문량 급감하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C업체 대표 김모씨는 "수출 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운항을 나간 배들이 정박하거나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수출량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현재 앞이 안 보이고 갑갑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은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섬유 업계의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이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염색단지의 유럽 미국 수출 비중은 50% 이상이다. 현재 항공편 수출 경로는 90% 이상 취소돼 섬유 업계의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섬유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업계의 경영 비중이 큰 공업용수 및 하수 사용 비용 절감과 원활한 자금 조성 방안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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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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