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로 구조조정 칼바람 몰아치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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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9 16:28  |  수정 2020-03-29 16:33  |  발행일 2020-03-30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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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대구은행 본점 전경.

대구의 한 음료 대리점에 근무하는 김영진(34·가명)씨는 최근 대리점 사장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2월 이후 매출이 1년전보다 80% 가량 줄어들자 사장은 앞으로 석달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6명의 배달기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게 현실로 다가오면서 직원들은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뭘해야 하냐'며 넋두리만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속된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지역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일시적 실적악화나 경기변동에 따른 일부 업체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모든 업체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무시간 축소와 유급 휴가 등으로 버티던 지역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무급휴가나 급여삭감을 넘어 인원 감축에 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DGB대구은행은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차적으로 1964년생이 대상이지만 신청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측 방침이다. 지난해 은행권 중 유일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던 대구은행이 보통 연말연시에 진행되는 희망퇴직자 접수를 앞당긴 데에는 인력 적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구은행은 지난해 정년 연장으로 인해 1964년생에 대한 희망퇴직을 건너뛰면서 부서장·지점장급에서 인사적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도 희망퇴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기업대출금리 하락, 대출부실률 상승 등의 현 금융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이 최악의 경우 지난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대구은행을 포함한 4개 지방은행들을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대상에 올린 바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비대면 영업 확대로 은행 점포 및 관련 인력 수요가 감소한 데다 세대교체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희망퇴직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의 맏형격인 경창산업도 경기침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경기의 하향 곡선에다 신규 사업 부진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창산업은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도 2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713억원으로 1년새 2배 이상 급증했다.
경창산업은 이미 인적 및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월 전체 인력의 10%에 가까운 1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기준 경창산업의 정규직 직원은 1천105명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 중에서는 휴업이나 폐업 등 사업을 아예 중단 또는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 소프트웨어를제작하는 A기업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A기업은 세계적으로 물류가 막히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해외바이어들의 국내 입국이 어렵고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A기업은 최근 금융권 담보대출을 통해 3개월 가량 버틸 수 있는 일시 자금을 마련했지만 향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같은 상황이 석달 이상 지속되면 계약이나 매출이 사라지면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면서 "자금이 없어 희망퇴직도 못하는 상황이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제조기업인 B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원청업체의 해외 수출이 막히면서 발주물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인원 감축과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해외 수출 계획 물량이 지연되는 영향으로 직원의 급여 삭감에 대해 계획을 수립중이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무급휴가나 휴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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