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엽문4: 더 파이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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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38면   |  수정 2020-04-03
삶·철학·인간관계 결부시킨 무예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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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 고수 엽문(견자단)은 미국에서 무술을 전파하고 있는 제자 이소룡(진국곤)으로부터 가라테 대회 초대를 받는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들 엽정의 미래가 걱정됐던 엽문은 마침 유학을 보낼 학교도 알아볼 겸 미국길에 오른다. 하지만 입학 추천서를 받기 위해 그가 찾아간 중화회관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중화회관을 대표하는 태극권 고수 만종화(오월)는 엽문의 제자 이소룡이 '서양인에게 무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중화연합회의 규칙을 어겼다며 평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추천서가 필요했던 엽문은 결국 영춘권과 태극권의 자존심을 건 만종화와의 대결은 물론, 중국인들을 못마땅히 여기는 이민국과 무술 유단자인 해병대 게디슨 중사(스콧 앳킨스) 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엽문4: 더 파이널'(이하 '엽문4')은 2008년 개봉 후 11년간 수많은 팬을 낳은 '엽문' 시리즈의 갈무리로, 시리즈의 간판 스타인 견자단 또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정통 액션에서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아쉽지만 그의 유려하고 절도 있는 액션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인 셈이다. '엽문4'는 시리즈에서 짜놓은 이야기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자들이 일으킨 소란을 중재하고, 마을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행동으로 이끌었다면,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이번 작품에선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은퇴 선언 무술스타 견자단의 마지막 정통 액션
살아돌아온 것같은 이소룡 쌍절곤 액션도 감상



'엽문4'에서도 엽문은 여전히 가족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아내를 먼저 암으로 떠나 보냈지만 그 역시 인후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홀로 남겨질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움과 애잔함이 짙게 깔린다. 그래서일까. '엽문4'에서 보여주는 엽문의 액션은 이전과 좀 다르다. 1대 10 대결, 원탁 위의 대결, 타이슨과의 대결, 엘리베이터 결투신 등 이전 시리즈에서 빈틈없이 완벽하고 강렬한 액션 미학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다. 악성 종양으로 인해 기력이 쇠한 탓인지 상대방의 공격을 몇 차례 허용하며 코너에 몰리기까지 한다.

물론 그건 설정일 뿐 당대 최고 '액션 기계'로서 견자단의 진가는 여전하다. 먼저 공격하기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상대를 기다리는 영춘권은 과격하다기보다 안정된 자세에서 단숨에 뿜어내는 정중동 스타일의 무예다. 이는 극 중 태극권을 대표하는 만종화와의 대결에서 유감없이 담겨진다. 상대방에게 밀착해 움직임을 억누르고 공격과 방어를 유려하게 구사한 오월과의 절제된 한 손 액션은 단연 백미다. 이와 함께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스콧 앳킨스와의 대결, 시리즈 전면에 등장한 이소룡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도 화끈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마치 실제 이소룡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빠르고 간결하지만 묵직한 액션 파워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현란한 쌍절곤 액션까지 감상할 수 있다.

견자단이라는 걸출한 액션배우를 앞세워 힘과 속도의 물리적 합을 이뤄낸 엽위신 감독은 단순히 무공만이 아닌, 삶과 철학, 인간 관계를 결부시킨 무예의 경지로써 '엽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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