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만우절과 여론조사

  • 이은경
  • |
  • 입력 2020-04-01   |  발행일 2020-04-01 제26면   |  수정 2020-04-01
야당입장에선 어려운 총선
코로나로 선거운동 어렵고
여당은 지원금 수십조 풀어
거짓 여론조사에 속지말고
소신껏 투표하여 승부내야

2020033101001249400055731
황태순 (정치평론가)

오늘은 만우절이다.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를 놀리고 장난치는 서양 풍습이다. 그날 뻔한 거짓말을 하는데도 속으면 멍청이 취급을 당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통계상 수치는 국가가 국민을 속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다. 그런데 통계보다 더 황당하고 멀쩡하게 국민을 속이는 것이 바로 여론조사다.

통계는 그나마 나와 있는 현실을 두고 이렇게 저렇게 분식하고 분장해가면서 국가나 기관에게 유리한 대로 사실을 왜곡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소경 코끼리 만지기'와 다름없다. 다리를 만져보면 코끼리는 나무기둥이다. 코를 만져보면 코끼리는 밧줄이다. 허리를 만져보면 코끼리는 담벼락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 여론조사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여론조사 대참사가 벌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거의 다 틀렸다. 심지어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올 지경이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20대 총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럼에도 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우선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내 생각을 묻고 알아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과거 독재정권 때 유무형의 사찰로 인해 피해를 당했던 씁쓸한 기억의 소산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반정부적인 의견을 표출하는데 인색하다.

'밴드왜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다수의 의견에 편승하려는 심리다. 얼마 전 여론조사가 오발탄, 그것도 엄청난 오발탄을 쏘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여론조사에 기대려고 한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의 마음을 결정하는 가장 유효한 도구로써 여론조사 결과에 슬쩍 묻어가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욕을 하면서도 막상 여론조사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개시된다. 이번 4·15총선은 그저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민주당 정권이 호언장담하는 '50년 집권-100년 집권'의 길이 열리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선거다. 이미 행정·사법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공수처를 통해 검찰은 무력화됐다. 언론은 숨도 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입법부마저 장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야당의 입장에서는 '죽어라죽어라' 하는 총선이다. 코로나19로 선거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가장 강력한 야당의 무기인 '바람'이 일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집권여당은 재난지원금 수십조 원을 풀고 있다. 문재인정부 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이 '중간심판'이 아니라 정부의 시혜에 대한 '감사표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전체 응답자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32%(투표율 77% ×득표율 42%)가 정상인데 말이다. 그러니 여론조사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앞의 숫자에 전의(戰意)를 상실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4·15 총선까지 딱 2주일 남았다. 내가 이기나 여론조사가 이기나 승부를 볼 때가 다가오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