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 "신곡은 '시든꽃'보다 고음…힘들다는 말 절로 나왔죠"

  • 입력 2020-04-01 11:45  |  수정 2020-04-01
신보 '아무렇지 않게, 안녕'…"장르 상관없는 '믿듣흰' 되고파"
"어릴적 도와준 어른들 덕분에 꿈 이뤄…보육원 차리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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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디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 음악이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빼곡히 채운 요즘, 단연 눈에 띄는 곡이 있다. 지난해 3월 박혜원(HYNN·22)이 발매한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다.

 


발매된 지 넉 달 만에 차트에 진입한 이 곡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멜론 등 주요 차트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온라인상에서 "노래방에서 부르다 저세상 구경할 뻔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높은 음역이 특징으로, 박혜원에게 '헬고음'이라는 수식어를 따라붙게 했다.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 발매를 기념해 지난달 31일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동명 타이틀곡을 연습할 때 "잠시만 쉬었다 하자"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신곡은 '시든 꽃'이나 전작인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보다 음역이 더 높아요. '시든 꽃'이 3옥타브 파 샵(#)이고 '차있어'는 솔 샵을 잠깐 치고 내려오는데,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솔 샵에서 계∼속 머물러 있죠. 끝났다 싶을 때 또다시 애드리브로 내질러요.(웃음)"

워낙 고음을 내다보니 박혜원 본인이나 팬, 가족까지 그의 목 상태를 걱정한다.
그러나 얼마 전 병원에 가 검진을 받아보니 "성대는 아주 튼튼하다"고 했단다.


"성대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는데, 간호사분들께서 '박혜원 성대는 얼마나 짧을까'를 주제로 얘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성대가 짧으면 고음을 잘 내고 노래를 잘한대요. 사진을 찍어보니 일반인보다 성대가 짧다네요.(웃음)"


그는 '헬고음'이라는 별명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부담이 된다고 했다.
다음 발표하는 곡에서 더 높은 음역을 소화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다.
"저에게 감정적인 부분에서 숙제를 내준 것 같아요. 회사 식구들도 '네가 고음 잘하는 건 아니까 이제 감정 표현 같은 디테일에 중점을 둬 보자'라고 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장르에 상관없이 '믿듣흰'(믿고 듣는 흰)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느낌의 곡이 여럿 실렸다.
특히 '오늘에게'는 봄의 계절감이 느껴지는 경쾌한 노래로, 박혜원이 거의 처음으로 도전한 록발라드 요소가 가미된 미디움 템포 곡이다.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해 록 장르 곡 '필링'(Feeling)을 부른 것이 도전 계기가 됐다.


"제가 부른 '필링'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무대에 심취해서 부르다 보니 연습할 때 내지 않았던 쇳소리라든지 목을 긁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 곡과 비슷한 장르를 불러보고 싶어 '오늘에게'를 신보에 담았어요."


당시 박혜원은 고음뿐만 아니라 엄청난 성량, 긴 호흡, 완숙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가요계 유망주'로서 입지를 재확인했다.


지금이야 신곡이 차트에 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신인 솔로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약 550석 규모 단독 콘서트도 치를 정도지만, 그가 처음부터 빛을 본 건 아니었다.


데뷔 후 자신의 노래를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했고, 한두명이라도 모인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행인들이 싫어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제 목소리를 듣고 가던 길을 멈추고 앉아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내가 가수로서 아직 희망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죠."

어렵게 한 계단씩 밟고 성장한 그를, 팬들은 '내 새끼를 키운 심정'이라며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의 박혜원을 만든 것은 팬들뿐만이 아니다. 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선생님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형편이 어렵던 그를 도왔다.


"등록금이 없어서 이번 학기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학교에 다녔어요. 그때마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장학금을 마련해주셨죠. 밥 굶지 말라며 급식비도 해결해주셨고요. 이제는 제가 옛날의 저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친구들을 돕고 싶어요."


그는 최근 옛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모교에 분기마다 장학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후배에게는 자신의 기부금이 '기적'과도 같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 저를 도와준 어른들이 안 계셨다면 결코 못 이뤘을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됐어요.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게 됐죠. 누군가에게 제 존재가 선물이 되진 않겠지만, 제가 가진 것을 떼어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나중에 가수로 더 성공하게 되면 보육원을 차려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돕는 게 최종 목표에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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