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시험 일정 병합에 두 번 우는 공시생들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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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1 17:20  |  수정 2020-04-01 18:29  |  발행일 2020-04-02
국가직 시험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
서울, 대구 등 일부 지자체는 임용시험 병합
응시기회마저 박탈당할 위기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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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공부하는 공시생들.(영남일보 DB)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이 수시로 변하는 시험일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직 시험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인데다 일부 서울, 대구 등 일부 지자체는 임용시험을 병합하면서 응시 기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2020년 '제1회 공무원임용 필기시험'을 6월13일로 예정된 '제2회 지방직 시험'과 함께 치르겠다고 밝혔다. 전국 공통으로 시행하는 지방직 시험과 병합해 진행하는 것. 당초 3월21일로 예정됐던 해당 시험은 4월로 한차례 미뤄진 바 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현재 해외 유입으로 인한 추가확산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시험을 강행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전국의 수험생이 몰리는 탓에 자칫 감염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수험생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시험을 동시에 준비한 공시생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제1회 공무원 임용필기시험의 총 선발인원은 650명이다. 사회복지, 일반토목, 시설관리, 간호 등 비교적 응시생이 많이 몰리는 직군에 해당한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현 거주지 제한 없이 접수가 가능한 탓에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응시생이 분포해 있다. 이들은 3월 서울시 시험을 치른 뒤 6월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직 시험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험일정이 겹치면서 사실상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토목직을 준비 중인 수험생 김모씨(30·수성구 사월동)는 "감염병을 예방을 위해 시험 날짜를 미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정을 이런식으로 바꿀거라 예상치 못했다"면서 "아쉽지만 시험을 취소하고 비용은 환불 받아야할 것 같다. 겹치지 않게 날짜를 잡아 두 시험 다 볼 수있는 기회는 줘야했다"고 하소연했다.

공무원 학원 업계는 지방 수험생의 이탈로 서울지역 응시생들이 유리해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서울에 사는 수험생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응시기회는 줄었지만 채용인원은 그대로다. 또 지방 수험생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연고지에서의 시험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실질적 경쟁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5월2일로 예정돼 있던 임용시험을 지방직 시험과 병합해 진행한다. 1일 대구시에 따르면 운전직, 환경연구직, 수의직 등 총 52명을 선발하는 시험을 지방직 시험과 함께 실시한다. 대구의 경우 서울과 달리 지원율이 떨어지는 직군 위주로 채용하며 규모가 작은 편이라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보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대구시측은 설명했다. 시 인사혁신과 관계자는 "운전직 및 전문직군을 선발하는 시험으로 일반 수험생들과 일정이 겹쳐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 여파가 언제까지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수험생을 위해서는 앞으로 큰 변동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3월28일 예정이었던 국가직 시험을 5월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현재 지방직 시험일정은 변동이 없지만 연기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인사 제도과는 2일 전국 각 시·도 인사과 연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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