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가 대선 전초전 지역이 된 이유는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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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2 20:47  |  수정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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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무소속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구을)가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수성구갑 ·을 선거구가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각축전이 된 것은 현 대구경북(TK)의 정치지형 때문이다.


늘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가 지금은 보수정당의 권력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려난 지금의 TK 권력 구도의 틈새를 수성구에 출마한 중진 정치인들이 파고 든 것이다. 게다가 대구경북은 보수정당(지금은 통합당)에 대한 지지세가 절대적으로 높아, TK를 지역적 기반으로 하면 대권에 도전하는가 훨씬 유리했다. 같은 이유로 진보정당(지금은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도 보수지역의 표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치지형의 틈새를 먼저 밀고 들어온 후보가 수성구을 선거구의 홍준표다. 홍 후보의 통합당 공천배제가 대구에서 출마하고 싶어했던 그에게 명분을 만들어줬다. 홍 후보는 어릴 적 대구에서 컸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대구로 대권을 가져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지 않으면 차기 대권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정치 현장에 있지 않으면 국민에게 잊혀지기 쉽기에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것이다. 그가 당선되면 통합당으로 복당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홍 후보 중심으로 통합당의 권력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홍 후보의 선거벽보에 '심판 문재인'이 아니라 '타도 문재인'이라는 격한 구호를 쓰는 것도, 대선 후보급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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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대구 수성구갑)가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아침인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수성구갑 선거구의 김부겸 예비후보는 민주당에서는 대구경북을 지역적 기반으로 둔 유일한 잠룡이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일약 민주당내 잠룡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로만 볼 땐, 통합당의 주호영 후보를 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권 도전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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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대구 수성구갑)가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아침인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민주당의 주된 지지기반이 호남이어서, 김 후보가 민주당의 대권 후보가 되려면 더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어느 누구보다 대구경북의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으로 점쳐진다. 김 후보는 경북 상주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역구도 대구다. 이런 점때문에 민주당 예선보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더 높은 후보로 꼽힌다.

주호영 후보가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권 카드를 꺼낸 것은 대선급 중량급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주 주 후보가 당선되면 대구경북의 통합당 후보로는 최다선인 5선이 된다. 선수로 볼 때, TK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주 의원은 4선때까지 선수에 걸맞은 역할을 못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주 의원측은 '친박계(친 박근혜계)'가 주도하는 TK정치권에서 '친이계(친 이명박계)'인 주 후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주 후보는 대권 도전뿐 아니라 국회의장, 당 대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된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현 상태에서는 통합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낮다. 


주 후보 지지자들은 그를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차기 대권 주자로 만들려는 게 하고 있다. 주 후보는 경북 울진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전형적인 TK사람이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대구 출신의 유승민 의원은 TK에서는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대구에서는 출마도 못했고, 지원유세도 대구경북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출마자중 대선 주자급은 수성구 후보 밖에 없다"며 "당선되는 사람은 대선 후보급으로 가는 것이고, 낙선하면 정치 생명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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