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n번째 이별중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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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38면   |  수정 2020-04-03
연애 흑역사 지우면 사랑이 완벽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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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걸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물리학 천재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은 여자친구 데비(소피 터너)의 이별 통보에 충격을 받는다.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스틸먼은 우연한 계기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앱을 개발한다. 가장 후회가 되는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연애 흑역사를 지우고 데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다. 이 여정에 자신의 연애 코치를 담당할 절친 에반(스카일러 거손도)도 포함시켰다.

"인생의 불행한 순간들을 지우면 과연 완벽해질까?" 영화 'n번째 이별중'은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한다. 여성의 외모를 주제로 판타지적인 설정과 에너제틱한 유머를 더해 특별한 코미디를 탄생시켰던 '아이 필 프리티' 제작진이 다시 뭉쳐 완성한 'n번째 이별중'은 연애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생각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2011년에 만들어진 앤드루 볼러 감독의 10분짜리 단편 '타임 프릭'을 장편으로 확장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스마트폰 타임머신 앱 개발
실수만회 무한반복 리플레이, 커지는 부작용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 직후부터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처럼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충격을 받은 스틸먼은 '타임머신 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공식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앱을 통해 타임머신을 조작하는 스마트한 방식이다. 방법도 단순하다. 스마트폰을 터치해 원하는 시간대로 돌려 놓으면 끝이다. 자신이 경험한 과거로 잠시 돌아갈 수 있을 뿐이지만 무한 반복이 가능하기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다.

'n번째 이별중'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청춘들의 풋풋한 로맨스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소박하고 귀여운 에피소드와 볼거리로 서사를 채워간다. 그 점에서 SF보다는 사랑과 성장의 드라마에 가깝다. 스틸먼은 시간이동 능력을 온전히 사랑을 되찾는 일에만 사용한다. 연애에는 서툴지만 그럴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리플레이한다. 그 덕에 데비와 사랑의 결실을 얻게 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장난 부품을 갈아 끼우듯 단 한 가지의 변화로 전체가 달라질 수는 없다.

데비는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2년의 결혼생활 동안 한번도 의견이 갈리거나 싸운 적이 없다는 점도 늘 의아스럽다. "차라리 우리가 싸우는 게 더 낫다"고 말할 만큼 데비는 삶의 의욕을 잃는다. 웃지도 않고 좋아하던 음악도 싫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스틸먼은 사랑이 완벽해져 갈수록 시간이동의 부작용도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 곳곳에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배치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 'n번째 이별중'은 현재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가진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진심 어린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완벽한 관계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휴고' '엔더스 게임' 등에 이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통해 차세대 유망주로 자리매김한 에이사 버터필드와 '왕좌의 게임'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소피 터너가 연인 사이로 등장해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현실 로맨스를 보여준다.(장르:로맨스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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