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요양병원의 잔인한 봄날

  • 황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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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8   |  발행일 2020-04-08 제15면   |  수정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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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 등으로 퍼져나가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급기야 WHO(세계보건기구)가 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함으로 그 위중함을 더했다.

필자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한다. 감염병이 유행하면 어느 요양기관이나 그렇겠지만 방역과 감염관리에 비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은 달서구에서 가장 먼저 직원 및 환자의 코로나 전수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4시간 남짓은 정말 지옥이었다. 지역의 타 요양병원 집단 감염이 뉴스 속보로 전해진 다음 날 보건소로부터 '전체 검사 모두 음성' 결과를 받았다. 안도의 마음으로 '전 직원, 전 환자 음성' 안내 문자를 보호자들께 보냈으나 보호자 동의 없이 코로나 검사를 했다는 뜻밖의 이유로 항의 전화도 받았다. 대구시 차원의 '노인요양시설 등에 대한 코로나 전수검사'이고, 보호자 동의를 모두 받아 검사하면 집단 감염 예방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믿고 이해하고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계절은 봄기운으로 완연한데 환자들은 오랜 기간 보호자를 볼 수 없으니 우울하고 불안해진다. 또한 보호자들은 환자를 볼 수 없으니 안타깝게 애만 태운다. 그 모습에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감성 케어까지 하다 보니 더욱 업무가 가중된다. 특히 임종 환자들은 대표 보호자 한 분만 최종적으로 임종을 지킬 수 있어 쓸쓸한 마지막을 맞이한다. 함께하는 의료진도 한계에 애달플 뿐이다. 장례식장도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적막한 분위기다.

수급이 불안했던 마스크의 공급마저 줄어들었다. 급기야 2주분으로 5통(1통 50매)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로 읍소하고 부탁했더니 값이 두 배 오른 얇은 덴탈 마스크가 아닌 페이스 마스크가 왔다. 그래도 감사히 받아 직원들에게 배부했다. 소독용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각종 단체와 협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지만 평소보다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하다.

몇몇 언론은 마치 신천지 신도들이 요양병원에 집단 취업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요양시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요양병원으로 오보를 내는 일이 빈번해 요양병원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요양병원 직원들의 사기를 더 떨어트린다. 물론 요양병원도 방역과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고, 확진자 발생 시 관계기관에 신고와 지침에 잘 협조해야 할 것이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종식될까 기대했지만, 지금의 전 세계적인 코로나 발생으로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 상황이 짧게 남은 봄날로 끝나기를, 코로나 종식을 위해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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