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용도 높아도 매출-대출여부 따져가며 '단칼에 거절'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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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4 제2면   |  수정 2020-04-04
'기관마다 다른 대출기준...희망고문'하는 코로나19 소상공인 자금대출

정부와 금융당국, 지자체 등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자금지원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대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처리창구를 다양화했지만 기관마다 대출 기준이 다른 탓에 혼선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1.5% 초저금리 대출을 진행중이다. 정부는 기존 대출 연체자나 세금체납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기관마다 제각각의 조건을 내세우며 거절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생활용품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백정현씨(43·가명)는 1일부터 시작된 초저금리대출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출기관을 찾았다가 실망만 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신용등급이 좋으니 대출조건이 나은 시중은행이나 기업은행에서 신청하라고 설명했다. 마침 기업은행에 볼일이 있어 상담을 신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운영자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황한 백씨는 "보증서 대출은 신용대출이 아닌데 왜 제한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대구신용보증재단에서 특례보증을 신청했다는 백씨는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며칠씩 장사도 못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다 결국 제자리로 온 기분"이라면서 "차라리 신용등급이 낮아 1천만원짜리 초저금리대출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신청자들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각 담당 기관마다 대출 기준을 달리하면서 혼란스럽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출 조건은 기존과 동일하면서 처리 기관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대기시간을 줄인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은행권 대출의 경우 정부 요구에 저금리상품을 출시했지만 요건은 기존 일반대출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신용등급 1~3등급은 대출금액이 크고 대출 진행 가능성이 큰 시중은행이나 기업은행으로 돌리지만 정작 은행권에서는 신용도 뿐만 아니라 매출규모와 기존 대출금 여부 등을 대출 기준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실제 지원이 성사되는 것은 보증재단이나 소상공인지원센터에 비해 크게 낮은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가운데 대출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대구 황금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춘씨(54·가명)는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았다가 낯만 붉히고 돌아왔다. 사업자등록증 상에 노래연습장 운영업이 아닌 일반유흥주점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사업자등록을 하러 갔을 땐 노래방을 한다고 하니 일반유흥주점으로 하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이다"면서 "힘든 건 똑같은데 글자 몇자 차이로 대출에 차별을 두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도박, 향락 등 불건전 업종, 기타 국민보건, 건전문화에 반하거나 사치, 투기조장 등 우려가 있다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정한 업종 외에도 약국, 통관업, 금융업, 부동산업, 법무·회계·서비스업 등을 초저금리 대출 제외 업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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