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지금, 우리 괜찮은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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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6 08:11  |  수정 2020-04-06 08:12  |  발행일 2020-04-0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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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답답해요. 젤 힘든 건 애들을 잘 모른다는 거죠. 한 달이라도 수업이 이루어지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우리 쌤'이라는 알량한 연대라도 있을 텐데. 사실 콜센터 직원처럼 매일 구글클래스룸에 답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열은 안 나지? 운동은 좀 하고? 과제 좀 해야겠다'고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요. 저도 올해 새로 전근 와서 고립감을 느끼고 대화가 따분한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걔가 젤 힘들어요. 학업성취는 반에서 중간 정도인데 자폐성 장애가 좀 있어요. 안타까운 건 전화라도 주고받는 친구가 한 명도 없대요. 학교에 나오면 그나마 애들하고 조금은 어울린다는데… 약속된 시간에 온라인 방에 들어와 일일점검사항을 남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매번 문자를 살갑게 그러나 과하지 않게 여러 번 남겨야 겨우 오후에 통화가 가능해요."

"이상했어요. 전근 간 이전 담임은 어머니랑 계속 상담했다고 하는데 한 달 내내 전화를 안 받으셨어요. 뒤늦게 몸도 마음도 추스르지 못한 아버지로부터 들은 바는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거예요. 이 시기에… 유방암이었는데 진단받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나 봐요. 한 달이 덧없이 지나갔어도 아내의 전화를 정지시키지 않고 대화보다 탄식이 많았어요. 아버지가 중심을 잃은 것 같아요. 애도 말을 안 하고…."

처음 일주일 미뤄지고, 다시 2주, 또다시 4월6일로 개학이 잡혔다. 본격 개학을 준비하면서 쏟아진 공문에 맞추어 항목별·시기별 점검 사항을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게 하려고 학교마다 시뮬레이션을 펼치며 마라톤 회의를 했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책을 세우다가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기면…'이라고 가정을 하면 해야 할 일이 수십 가지로 다시 늘어났다. 그렇게 해도 확신이 없었다. 결국 개학은 또 미뤄졌고, 마침내 4월9일 온라인 개학으로 결정이 났다. 이제는 말 그대로 개학이다. 위험도는 낮아졌지만 불완전하다. 또다시 사전 준비, 진행, 결과 처리 및 오류 수정, 부족한 점 보완 등 챙겨야 할 것이 끝이 없다.

물론 개학을 했다면 더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불평과 푸념은 있어도 생명력 넘치는 새로움으로 새봄처럼 날마다 통통거렸을 것이다. 감염병 대유행에 멈춰버린 일상, 우리는 조금씩 내 삶과 격리되었다. 건강한 사람들은 '집에서 함께해요'라는 캠페인에서처럼 요리, 영화감상, 독서, 집안 정리, 홈헬스, 명상 등 집에서 따라 하기 좋은 영상을 모아 소개한 온라인 채널을 보면서 제대로 실천하는 살뜰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또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았어도 아픈 사람도, 외로운 사람도 여전히 주위에 많이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기세를 부리는 동안 면역성이 강한 사람은 무증상으로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호흡곤란으로 사투를 벌이다 죽음에 이른다. 이 대혼란이 가져다준 상처와 절망은 개인마다 가정마다 차이가 크다. 그런 만큼 삶의 토대에 균열이 생긴 사람들과 일상의 유대를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온라인 출석을 늘 제대로 못 하는 친구, 숙제를 거의 안 하는 친구, 부모와 통화가 매우 어려운 친구 모두 흐린 세상을 헤매며 건너는 중이다. 모든 담임교사는 매일 '이상 없음,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보고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모두 정말 괜찮은가.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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