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국민 최고의 무기는 투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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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6   |  발행일 2020-04-06 제26면   |  수정 2020-04-06
정치권력을 잘못 선택하면
코로나보다 후유증 더 심해
불공정·불평등·불안전사회
투표를 잘해야 문제점 해결
15일 선거서 회초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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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라고 한다. 세상에 보탬이 되게 살면 발효요, 세상을 속이거나 빚을 떠안기면 부패한 존재다. 살맛 잃어 심란하기 그지없는 국민 가슴에 대못질을 한 자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번에 떠올리는 얼굴들이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은 전염병 폭풍, 경제 태풍, 민심 사이클론으로, 국민은 이글거리는 숯불에 빠진 듯 고통을 겪고 있다.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온 투표소에 가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한 정치판은 아직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그럼에도 억척스럽게 4월10일과 11일의 사전투표소, 15일의 투표소로 달려가야 한다. 선거법을 헌정 사상 가장 괴이쩍게 만든 자들을 징치하고 정파의 이익만 챙긴 뻔뻔한 자들을 혼내야 한다. 무릎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권력에 아부한 자들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어딘가를 다쳐 치료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처가 생겼다. 그런데 그 상처를 꼬집고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잘살게 된 사연 중 한 가지가 품앗이 정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예부터 품앗이로 어울려 사는 습성을 가졌기에 어울리지 못하면 쓸쓸하고 외톨이가 된 듯 괴롭다. 전염병 때문에 외톨이를 자처할 수밖에 없기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런데 위로 받기는커녕 나라를 걱정하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몽땅 빼앗겼다.

코로나 같은 사회적 고통은 뼈에 금이 간 정도의 고통과 같다는 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투표를 포기하거나 잘못 선택해 부패한 자가 등장하면 적어도 수년 동안 국민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겪는 사회적 고통은 어찌됐든 유통기한이 있고 면역력이나 치료제가 생기지만 정치권력을 잘못 선택하면 그 후유증이 심대하고 유통기한이 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를 정부가 잘 대응했다고 자화자찬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일부 사람이 못난 짓을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국민 의병'답게 호응했고 정부시책에 동조했다는 걸 머리 숙여 고마워해야 한다. 방역과 치료 일선에서 수고한 모든 분에게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야 한다.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할지 걱정하고 내가 지은 잘못이 아닌데도 스스로 격리 당했다. 외롭지 않으려고 가족을 형성했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대리인에게 정치를 맡겼으며, 사회의 일원으로 충실했거늘 지구적 재앙보다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에 가슴이 아프니 이런 배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투표를 잘 해야만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을 해결할 수가 있다.

첫째, 불공정사회 문제다. 기초생활보장법이 있지만 국민 모두 노후 안정을 포함한 기본생존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줄 사회보장제도의 대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불평등사회 문제다. 한국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OECD국가 중 평등지수가 하위권이며 힘 있는 자는 법을 농단해도 그만이라는 걸 근자에 조국 사태에서 실감하지 않았는가. 셋째, 불안전사회 문제다. 초기대응 실패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보면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국방 안전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염병 안전에 대한 매뉴얼과 법적 조율을 속히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가짜 민주정치를 엄히 다스리고 국정평가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국민의 미래보장지수를 심각하게 따져야 한다. 정치판에서 이긴 자라도 국민과 역사에 참패했다는 걸 보여주려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김홍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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