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추위가 물러났지만 찬바람보다 훨씬 무서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봄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4·15 총선 날짜는 속속 다가온다. 여야 후보와 유권자들이 만나는 지상전이 제한되자 당 지도부와 선대위가 나서서 공중전을 펼치고 있다. 그 지경에서 선거판이 코미디가 돼 버렸다. 제1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자 집권여당이 따라했다. 집권세력의 위성정당은 1중대(더불어시민당)와 2중대(열린민주당)로 나뉘어 적통 시비까지 벌인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나 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은 모두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이 모(母)정당으로 가버려 형체만 남는 '좀비정당'이 될 운명이다. 여기다 비례후보만을 내세운 '떴다방 정당'도 속출하면서 투표용지가 길어 개표를 수작업으로 해야 할 판이다.
이런 구도와 상황은 집권여당에게 절대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보수야당의 유일한 구호인 '정권심판론'의 파급력이 약해졌다. 문재인정권 3년을 뒤돌아봐야 심판을 하든 안 하든 할 텐데 당장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과거 회귀적 투표를 바라기 어렵다. 너무 불안하다 보니 정책과 예산 같은 보살필 수단이 있는 정권에 기댈 수밖에 없기도 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것 없이 비판과 '나중'만 이야기하는 야당과 차별화된다. 가령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야당에서도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지급 금액과 시기를 현실화시키는 건 집권세력이다. 정부가 추경 추가 편성 같은 이유를 대며 지급 시기를 총선 후로 잡자, 야당은 "선거 결과 보고 주겠다는 거냐"고 반발하지만 앞당길 수단은 없다.
아울러 투표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역시 여당에 유리하다. 정치권이 지상전을 벌이든 공중전을 펼치든 몸과 마음이 움츠려든 국민은 선거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그나마 한 표를 행사하러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는 문재인정권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힘을 실어주려는 여당 지지층이 많을 걸로 예상된다. 사전투표를 잘 활용하고, SNS를 통해 투표 독려에 적극적인 유권자는 진보정권에 호의적인 젊은 층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조심해야 하는 노년층이 투표장으로의 외출을 꺼리면 그 역시 보수야당에 불리할 거란 관측이 많다. 야당 후보들이 정권심판의 마지막 기회라며 꼭 투표장으로 나오라고 호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선거 시점인 열흘 후에 혹시라도 사회적 감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절대 유리한 패를 손에 든 집권세력은 승리를 자신하고 총선 이후 정국 운영을 구상하는 듯하다. '조국 명예회복'과 '윤석열 쳐내기' 작업이 동시에 시도되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 중 몇 사람이 21대 국회에 들어갈 걸로 보이는데 벌써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다양한 압박을 넣고 있다. 윤 총장 장모의 소송사건이 친정부 성향 언론에서 다시 다뤄지더니, 측근 검사장의 사례를 들며 검찰과 언론 유착 의혹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은 총선이 끝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불법개입 의혹을 다시 파헤칠 계획이다. 현 정권 주변 인사들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들도 제기되는데 선거가 끝나면 묻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수 야당도 춘래불사춘이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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