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팬데믹 시대 살아가기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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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7   |  발행일 2020-04-07 제26면   |  수정 2020-04-07
만성적 팬데믹 시대에 진입
재택 근무나 온라인 수업 등
모든 분야 동시다발적 변혁
위기는 도약의 발판 되기도
4차산업혁명 불쏘시개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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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왜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을까.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괴질(怪疾)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대다수가 무관심할 때였지만 불길함이 엄습했다. 치명적 바이러스에 관한 책들을 가끔씩 읽었던 탓인지 더욱 찜찜했다.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것을 보면서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끝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결국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을 때 지옥의 문이 열렸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불과 몇 달 만에 이토록 삭막해진 세상을 살게 될 줄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생각할수록 놀랍다. 가장 원시적 생명체인 바이러스가 인류의 최대 숙적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바이러스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조차 잘 모른다. 지금까지 밝혀낸 게 5천종이 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설령 그 정체를 알아내더라도 막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5천만 명을 사망케 한 스페인독감을 비롯해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의 재앙이 닥쳤을 때도 인명을 구할 묘약(妙藥)을 만들지 못했다. 과학과 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 세계가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사람을 가장 힘들고 불안하게 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가 꼭 그렇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끝이 있기나 한지 알 수 없으니 답답증과 무력감만 더해간다. 최근 들어 국내에선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전혀 안심이 안 된다. 나라 밖 상황이 너무도 심각하지 않은가. 코로나바이러스는 맹렬한 속도로 퍼져 이미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미국을 필두로 한 모든 나라가 사실상 셧다운 상태가 됐다. 전망도 어둡다. 심지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다거나, 1930년대 대공황을 뛰어넘는 미증유의 경제 파탄에 직면할 거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이게 어느 정도라도 맞는다면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섬뜩한 비관론이 틀리기를 소망하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란 점이다. 우리 모두 만성적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역대급 재난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머지않아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인류는 생존하겠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언급한 '완전히 다른 세상'의 실체는 명백하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과 질서, 관습은 해체되고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새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사실상 우리는 코로나19에 떠밀려 이미 완전히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감염차단을 위한 비대면, 사회적 거리 두기(개인적으로는 '생존적 거리 두기'라고 부르고 싶다)는 디지털 신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 역사가 증명하듯 인류에게 닥친 위기는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중세 유럽을 삼킨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꽃피운 것처럼, 코로나19는 4차산업혁명을 점화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팬데믹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냉혹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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