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손해는 발생했으나 손해액 증명이 곤란할 때, 손해액 산정방법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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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7   |  발행일 2020-04-08 제18면   |  수정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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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 변호사

민사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데, 그 손해액수를 입증하지 못해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사소송상 입증책임의 원칙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에서 손해발생 사실은 물론 구체적인 손해액수까지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이라는 제목으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관한 최근 대법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A는 병원건물에 대한 리노베이션과 증축에 관한 설계 및 감리계약을 B건축사사무소와 체결하였고, 그 뒤 B의 설계에 기해 대수선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B가 작성한 소방설계도면에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장애인용 승강기 부분을 건축면적과 바닥면적에 산입하는 하자 등이 드러나자, A는 민법 내지 건축사법에 근거하여 설계대금 전액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원심은 B에게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나, A가 손해액에 대하여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님에도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2020년 3월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대법원은 먼저 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2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건축사법 같은 특별법에 의한 손해배상에도 적용되는 일반적 성격의 규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쉽사리 배척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제출된 증거와 당사자의 주장, 원고와 피고들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인정하였어야 하는데, 이러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A가 설계도면의 하자를 보수하는 비용으로 합계 1,555만원을 추가로 B에게 지급한 점도 손해액 산정자료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데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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