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사무실에서는 사회적 접촉하기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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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7 18:11  |  수정 2020-04-08 08:23  |  발행일 2020-04-08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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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B후보 선거사무실에 모인 대구지역 지방의원단과 후보자가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고 다과를 즐기고 있다 인터넷 캡쳐
지난달 26일 대구지역 A당 B후보 선거사무실에 대구지역 지방의원단 십여명이 방문했다. 후보자가 지지와 격려가 큰힘이 됐다는 인사와 함께 공유한 사진 속 의원단은 서로 꼭 붙은 모습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았거나 턱에 걸치고 있었다. 같은 당 C후보는 지난달 29일 공식 SNS에 선거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을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게시했다.

지난 1일에는 D당 E후보가 자신의 블로그에 선거사무원 위촉식 사진을 게시했다. 선거사무실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은 채 후보자로부터 위촉장을 건내받는 장면이 담겼다. F후보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복현동 주민분들이 선거사무소를 찾아줬다"면서 40여명이 모인 사진을 게시했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마주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유권자인 시민들은 고통속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4.15 총선을 준비하는 일부 후보자가 본인 선거사무소에서 다수의 지지자들이 함께 모여 세를 과시하는 등 사회적 접촉면을 넓히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다중이용시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시민들은 이용을 삼가라는 지침을 마련하고 위반이 우려되는 교회나 학원, 체육시설 등을 단속하는 시점에 선거사무실이 때아닌 복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선거유세를 위한 공식 계정을 통해 선거사무실 등에 모여 지지자들과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강조하며 홍보에 나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인식도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 나선 대부분 후보들은 지난 2일 공식 선거유세 활동이후 차분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얼굴이 가려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전염이 쉬운 손을 맞잡지 않기 위해 악수보다는 팔꿈치를 부딪히는 등 사회적 거리 유지에 공들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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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F후보 공식 SNS를 통해 공유된 사진. 후보자가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은 채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터넷 캡쳐
또 일부 후보는 '코로나 안심 선거사무소'를 개소해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손소독제 사용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고 동시출입 인원을 10인으로 제한해 방문자들 간에 접촉면을 최소화한 경우도 있었다.

유권자 박모씨(여·26·달서구 감삼동)는 "시민들 모이는 걸 막으려는 건지 차로변에 차를 대놓고 차로 쪽을 바라보면서 유세활동을 하더라. 시끄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였는데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성구 주민 김모씨(42)는 "시민들은 야외 활동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데 아무리 지지자끼리 모였다고는 해도 실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면서 "그들 중 확진자가 있다면, 그들이 어떤 유권자를 어떻게 만나 확산시킬지도 모르고, 확인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후보 측 관계자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부 사진에 찍힌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나 선거사무실에 모여 있는 모습은 촬영 시점 때문에 생긴 오해다. 부주의했던 것으로 비쳤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평소에는 잘 하고 있는데 사진이 그렇게 찍혔다. 앞으로 주의하겠다. 설명과 대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잠시 모였고 실내가 협소해 발생한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총선 후보들은 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투표일이 다가온다고 해서 경계를 푸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들도 덩달아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사회적 거리를 잘 유지해야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시민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7일 '시민 참여형 방역대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문화·체육·종교 등을 세분해 방역대책을 다듬고 시민 사회 전체가 코로나 사태 종식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침을 마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한 단계 진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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