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으로 3월 매출 '제로' ...학원 고정 비용만 월 535만원, 직원 7명은 출근 못시켜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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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8 15:51  |  수정 2020-04-08 16:33  |  발행일 2020-04-09 제9면
위기의 영세사업자들<3> 학원운영 칠곡 북삼읍 장경미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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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시 30분쯤 칠곡군 북삼읍의 A학원 교실에서 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들의 요청으로 다시 학원 문을 열었지만, 오는 학생의 수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구와 인접해 있는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서 수학·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장경미씨(여·49)의 올해 계획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산산조각났다. 꿈꾸던 도약은 차치하고 앞으로 학원을 정상적으로 지켜 낼 수 있을지 알수 없는 상태다.


2008년 북삼초교 인근에서 수학학원 개원한 장씨. 학원을 시작할 당시 규모가 적었던 탓에 은행 대출 4천만원 정도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후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18명이던 학원생은 58명으로 늘었고, 2010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금액도 조금씩 늘어났고, 현재 1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투자 금액이 늘어난 부담이 있었지만, 다행히 학원생이 꾸준히 늘면서 120명 정도가 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자신감에 옆 동네에 분점을 하나 더 낼까를 검토하고 있던 지난 2월 18일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모든 상황이 뒤엉켰다.

그는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첫날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북삼읍이 대구와 가깝기는 해도 대구는 아니고 이렇게 상황이 악화할지 몰라 다들 개의치 않아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다가 점차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커져만 갔다"고 했다.

대구와 인접해 있었던 탓에 실질적인 피해도 빠르게 다가왔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생긴 지 이틀 뒤인 2월 20일부터 "코로나19 불안감으로 학생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다"는 내용의 학부모 전화가 급격하게 늘었다. 결국 휴원을 요청하는 학원생과 학부모가 늘었고 인근 학원들이 문을 닫자, 장씨는 이틀 뒤인 22일 학원 휴업을 결정했다.

휴원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경제적 타격이 이어졌다. 매달 초 들어오던 모든 학생의 학원비는 자동으로 이월 형식으로 넘어가면서 3월 수입은 전혀없었다. 학원 월세(65만 원)에다 수도세·전기세·복사기 임대료 등 각종 경비 부담도 70만원, 거기다 영어와 수학학원 모두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탓에 400만 원의 프랜차이즈비까지 포함하면 535만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특히 영어를 전공한 남편과 함께 학원을 운영한 탓에 가계 전체 수입은 '0원'이지만, 가계 생활비와 각종 금융이자까지 더하면서 추가로 500만원 이상이 나가야 하는 탓에 1천만원 이상의 마이너스가 생기는 구조다.

장씨는 3월을 그냥 문 닫은 채 보낸 게 가장 아쉽다. 평소 이달에는 신학기 시작과 함께 신입생이 학원에도 등록, 10~20명 원생이 늘어났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장씨를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의 학원에는 7명의 선생님이 근무했지만 휴원과 동시에 모두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학원 선생님 월급이 1천500만원 가량 나가야 하지만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출근시킬 수 없었다. 그는 "선생님들에게 학원 상황을 설명하니 다들 이해하면서 무급으로 휴가를 떠나줬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라며 "선생님들이 나오지 않는 기간 만큼 월급도 이월시켰지만, 코로나 소상공인정책자금이 15일쯤 4천만 원 정도가 나온다 해서 선생님들 월급부터 먼저 지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학부모의 요청으로 지난달 31일 다시 학원문을 열었다. 하지만 운영하는 학원생 숫자는 적어 운영시간도 대폭 줄였다. 기존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9시쯤 문을 닫던 학원의 운영 시간을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2시까지로 단축시켰다. 오는 학생은 5명이 전부지만, 이들을 위해 방역, 체온계, 손 소독제 등을 준비했다.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차라리 5명 정도면 휴원을 더 이어나가는 게 나을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정상 운영이 됐을 때 기존 학생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5명이라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장씨는 "당장은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는 건 괜찮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끝이 보인 뒤에도 학생들이 100% 다 오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장씨는 매일 금오산을 오른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각을 떨쳐내고 예전의 생활방식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장씨는 "12년 동안 매일 오전 11시 30분쯤 출근해 오후 8시 30분에 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초반 일주일 정도 쉬니 몸이 편안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구 인근 지역들에도 실질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경산·청도·봉화 )지역 소상공인의 경우 전기요금 50% 감면, 건강보험·통신·도시가스 요금 등의 감면 혜택을 준다. 또 복구비 50% 국비 지원을 비롯해 주민 생계·주거안정비가 주어질 예정이다. 장씨는 "칠곡군 북삼읍과 구미 등은 대구 인근이기 때문에 대구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다 보니 코로나19 관련 혜택들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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