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경북 대망론의 전제조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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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9   |  발행일 2020-04-09 제27면   |  수정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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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2년 뒤 열리는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가장 먼저 대구 수성구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구를 다시 '풍패지향(風沛之鄕·제왕의 고향)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이어 대구 수성구갑 김부겸 후보가 총선 출정식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대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이를 받아 주호영 후보는 "당 대표 또는 국회의장을 하거나 나도 대선후보군에 들어간다"고 했다. 졸지에 수성구가 대선후보의 요람이 된 듯하다. 이밖에 정당은 다르지만 이재명, 유승민, 유시민 등 대구경북 출신 대권 후보군이 몇몇 거명되고 있다.

지역출신 대권 주자가 많다는 건 '행복한 고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총선에서 대구의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인물을, 심판보다는 대권을, 과거보다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투표를 하는 게 현명하다.

대한민국은 물론 누가 진정 '지역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가 중요한 잣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 배출=지역발전'이란 등식은 지금까지 '글쎄다'다.

대구경북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현재 대구의 위상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3대 도시란 명성은 이미 빛바래졌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30년 가까이 꼴찌다. 최근엔 코로나19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아 사지를 헤매고 있는 형편이다. 5명의 대통령 말로도 참담하다. 불우하게도 한 명은 암살됐고, 나머지 넷은 감옥살이를 했거나 복역 중이다.

나는 이번 총선에 승리해 대권을 꿈꾸는 후보자들은 진정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우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영남일보의 사시(社是)이기도 하다. 낙후한 대구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건 물론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풍토도 쓸어버릴 수 있는 대권 주자가 등장해 대구를 재조(再造)하고 대한민국을 혁신하면 좋겠다.

대구는 독립운동의 성지요, 2·28민주화운동과 산업화의 선도도시이지만, 솔직한 이면엔 박정희만 있고 전태일은 없으며, 40년간 인권과 평화의 도시 대신 반공과 냉전적 사고가 똬리를 튼 도시가 돼버렸다. '혁신과 혁명정신으로 무장한 변방의 아웃사이더'가 중원의 패자가 되었듯, 이번 총선에서 대구가 혁신과 통합의 진원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지닌 균형 잡힌 후보, 정의롭고 담대하며 시대정신을 앞서 구현하는 후보, 시류와 진영에 몰두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안위와 나라 발전 및 국민통합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후보, 사자같이 용맹하고 여우처럼 지혜로우며, 곰같이 우직하고 기린같이 덕망 높은 후보자가 당선돼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면 좋겠다.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도시' '묻지마 싹쓸이 투표'는 이제 근대역사관으로 보내주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창궐할 때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대구 구명을 위해 애쓴 후보자가 누군지, 공천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후보자가 누구였는지 우리는 잘 안다. 몸은 서울 강남에, 머리는 대구 지역구에 잠시 머무는 인물은 이젠 뽑지 말자. 이곳은 우리의 후손이 대대로 살아갈 터전이다. 이제 미래세대에게 길을 터주자.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뀌고, 대한민국이 바뀌면 한반도와 전 세계가 바뀐다. 지금 대구를 강타한 코로나19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나.

박진관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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