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통합당에 길을 묻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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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6   |  발행일 2020-04-27 제25면   |  수정 2020-04-27
이상섭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폭망했다. 지역구 163석 대 84석이니 영락없는 하프게임이다. 미래한국당까지 합쳐도 103석에 그쳤으니 범여권 183석에 비하면 보수정당사에서 최대의 패배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20대 국회의원선거와 이듬해 대선, 그 다음해 지방선거에 이는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으니 유구무언이다. 


견제 못할 국회도 걱정이지만 나라가 영·호남으로 갈라져 지역감정이 격화되었다는 것도 그렇다. 총선결과를 표시한 지도는 영남을 비롯한 동쪽은 핑크빛인 반면 나머지는 온통 푸른빛 물결이다. 


그저께 술자리에서다. 보수야당을 찍은 지인은 '이제 대한민국은 끝났다. 공산화가 되는 건 뻔할 뻔자고 모든 게 수도권 탓'이며 탄식했고, 진보여당을 찍은 자는 대구경북의 싹쓸이에 대해 '너희들은 수구골통이고 구제불능이냐. 뜨거운 꼴을 한 번 더 봐야 정신 차릴래'하며 분개했다.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영남은 총 65석 중 55석을 통합당에 7석을 민주당에 준 반면 호남은 28석 중 27석이 민주당이고 통합당은 단 한 석도 없다. 


득표도 영남에선 민주당에 대개 20%∼40%까지 표를 주었는데, 호남에서는 통합당에 겨우 2%∼4%만 주었다. 열배 차이다. 그래도 호남을 욕하지 않았다. TK만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강변하고 파했지만, 귀갓길이 김정란의 대구 망언까지 더해져 몹시도 씁쓸했다. 


이길 수 있는 선거인데도 패했다. 원인도 넘치고 전략도 '망할 짓만 골라서 했다'는 평이다. '정권심판과 독주견제론'을 외쳤지만 오히려 야당심판을 당하였고, 미국과 유럽에서 갑자기 창궐한 코로나 역풍엔 대안도 없었다.


더 가관인 것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샤이진보가 몰려 온 것도 모르고 샤이보스가 투표했다고 착각한 상황판단능력이며, 수도권의 완패가 결정타다.


김형오의 사천·막천 논란에다 황교안의 '호떡공천'이니 '경쟁자 처내기'가 점입가경이었다. 끝난 비례공천도 대표 한마디에 뒤집혔다. 특정인을 심으려고 보수의 가치인 법치와 규정도 무시하고 멋대로 잘랐다. 고생시킨 동지를 쫓아내며 등에 총을 난사한 꼴이고 보면 다 자승자박이다.


따뜻한 보수로 회생하려면 냉정한 평가와 성찰이 먼저다. 보수의 정체성부터 확립한 후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야 한다. '옳은 것은 옳다'에서 대안 없는 비판을 삼가야 한다. 수권능력을 갖춘 견제세력의 자격을 못 갖추면 2년 뒤 집권은 꿈도 못 꾸며, 이해찬의 "진보정권 20년"이 농담으론 안 들려서다.


4년간 함께 사용할 운동장은 완전히 진보로 쏠렸다. 압승한 여당이 아직은 겸손무드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4+1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생존전략의 수정이 급하다.


진보가 보수를 우습게 보는 건 엉성한 결집력이다. 진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적어도 자기편만은 끝까지 지키며, 일당백(一當百)의 결기로 뭉쳤으나, 보수는 자기위주고 절박함도 떨어진다. 우파 유튜버들의 말에 현혹되어 퍼 나르기나 하는 게 애국으로 착각해서는 영영 어렵다. 새 판에 견고한 조직뿐이다.


진보는 최소한 자기편을 물어뜯지는 않으나 보수는 툭하면 제 편 살을 깎아 먹는다. 박대통령의 탄핵도 그 예다. 홍준표, 김세연, 이준석, 전원책 등 자중했으면 좋겠다. 당이 침몰하는데 일말의 책임이 있는 자로서 '사돈 남 말'로 들려서다. 


정치도 사람관계의 연속이라 의리도 중하다. 벌써 모 보수당선자는 악역도 불사한 참모를 토사구팽 시켰다니 조폭보다도 못한 인면수심(人面獸心)에 부메랑을 우려한다. 


41.5%의 지지자가 보고 있다. 해체수준의 혁신만이 길이고 버려야만 산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양지를 버리고 세종(을) 음지를 자청, 산화한 김병준은 낙선인사에서 "실패 속에 성공이 잉태되기도 하고, 성공 속에 실패가 잉태되기도 한다"에서 답을 찾기 바란다. 선택은 미래통합당의 몫이다.
이상섭<경북도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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