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가계, 예적금 깨고 대출 늘린다...코로나19 침체 탓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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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6 18:28  |  수정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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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씨(58·대구 달서구 진천동)는 "저축은행에 맡겨둔 3년 짜리 예금을 만기 3개월 앞두고 전액 해지했다. 유통업을 하는 남편이 결제대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이자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견디다 못한 대구·경북지역민들이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거나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 1사분기(1~3월) 예·적금 해지 계좌는 23만2천330건, 해지 금액은 8조9천천97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는 2만9천650건( 14.6%) 늘었고, 금액은 9천110억원(11.3%) 증가했다.
 

예·적금의 경우 중도에 해지하면 만기를 채웠을 때 보장되는 이자율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구조다. 그럼에도 중도 해지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가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가계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감소했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대구·경북지역 은행 가계대출은 6천262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7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주택을 구입할 때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3천216억원에서 2천869억원으로 10%이상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생활비 등 다른 용도의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이 많아 서민들의 쌈지돈이 몰리던 2금융권 수신고도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수신고가 지난해 1~2월 211억원이 늘어났으나, 올들어서는 2월까지 768억원이 줄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에만 680억원이 넘는 수신고 감소를 기록했다.
이밖에 새마을금고나 우체국·상호금융 등도 1년 새 적게는 90억원대에서 많게는 2천800억원 이상 수신고 감소를 겪고 있다.
 

·지역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중도 해지나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보면 지역 서민 가계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몰렸음을 의미한다"며 "제2금융권의 급격한 수신 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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