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규제에 지친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사원' 떠난다

  • 입력 2020-04-27 07:53
"딱 3개월 제대로 영업…증자 막혀 아무것도 못했던 시간 답답"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사원'이 인터넷은행을 떠난다.


오락가락하는 법·규제에 때문에 제대로 된 금융혁신을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고사 상태로 몰려온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안효조(49)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이 이달 말 퇴사한다.


안 본부장은 이문환 신임 케이뱅크 행장 취임 이후 진행되는 6천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맞춰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본부장은 국내 인터넷은행의 문을 연 산파이자 '1호 사원'이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 출신인 그는 2015년 케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했다. 1인 기업으로서 케이뱅크 준비법인을 만들어 대표이자 사원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케이뱅크를 함께할 주주들을 끌어모으고 금융당국에 예비인가 신청을 낸 것도 그다. 그래서 케이뱅크에서 그의 사번이 1번이다. 


카카오뱅크는 간발의 차이로 케이뱅크를 뒤따랐다. 케이뱅크가 2017년 4월에 영업을 시작하고 3개월 뒤에 카카오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그가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사원인 이유다. 


케이뱅크에 안 본부장이 있었다면 카카오뱅크엔 윤호영 대표가 있었다.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했던 윤 대표는 이용우 전 공동대표의 정계 입문에 따라 현재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발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산이 2조5천억원인 비해 카카오뱅크는 22조7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0.88%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0%를 가까스로 넘긴다. 13.48%를 기록 중인 카카오뱅크와 대조된다.
케이뱅크가 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한 사이 카카오뱅크가 파죽지세로 앞서 나간 결과다. 


두 은행의 차이는 증자에서 갈렸다. 카카오가 제정 인터넷은행특례법의 첫 수혜를 입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34%)로 오르며 자본력을 갖추는 동안 케이뱅크는 모회사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발목이 잡혀 뒷걸음질했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법·규제가 신산업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을 현 정부 혁신성장 1호 정책으로 꼽았다. 


같은 해 9월에 정보기술(IT)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줄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번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돼 증자가 중단됐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관련 조문을 삭제하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으나 지난 3월 최종 관문인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케이뱅크의 자산은 지난해 3월 말 2조9천억원을 기점으로 매 분기 감소했다. 인력도 3월 말에 357명을 기록한 이후 12월 말엔 352명으로 줄었다. 대표적인 신산업인데 인력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케이뱅크는 KT의 자회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6천억원 상당의 증자를 현재 추진 중이다. 


안 본부장은 "케이뱅크가 제대로 사업을 한 것은 사실 출범 후 3개월뿐이었다"면서 "규제에 막혀 증자가 안 되다 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포기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유상증자는 성공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케이뱅크에 부담을 덜 주면서 다른 분야(헬스케어)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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