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쟁터 한가운데 50일동안의 경험 평범한 시민의 시각으로 남기고 싶어 출간"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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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6   |  발행일 2020-05-06 제14면   |  수정 2020-05-06
비평가 겸 수필가 이운경씨
'경북 경산에서 쓴 일기'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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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경 작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멈춰버린 일상을 기록한 '경북 경산에서 쓴 코로나 일기 50일'을 출간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19를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비평가이자 수필가인 이운경씨(본명 이경희·58)가 최근 '경북 경산에서 쓴 코로나 일기 50일'을 출간했다.

경산에 살고 있는 그는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등 이웃 지역에 이어 경산에서도 나날이 확진자가 증가하자 지난 2월22일부터 일기를 썼다. 글쓰기 강좌를 열고 있는 그가 수강생과 소통을 위해 만든 인터넷카페에다 '코로나 일기'라는 제목에 번호를 붙여 글을 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코로나 일기도 4월11일까지 50일간 이어졌다.

40여 편의 일기를 쓴 어느 날 소소담담 출판사 측에서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씨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출판하는 것은 책과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거절했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이 쓴 기록으로서 의미를 두고 책을 한번 내보자는 제안에 빗장을 풀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7주간의 일기에 일주일 단위로 소제목을 붙였다. '두렵고 불안하다' '일상의 소중함' '대구와 코로나' '서민의 밥그릇이 문제다' '꽃구경 오지마세요' '긴급재난지원금' '대구신규확진자 0명' 등 소제목에는 감염병 공포가 그대로 묻어 있다.

그는 "코로나 일기는 경산이라는 지역에 평범한 시민으로 살면서 겪은 50일간의 기록이다. 나와 주변의 변화, 제한된 공간에서 머무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법, 그리고 지인들이 보내온 카톡이나 문자를 허락을 받아 실었다.

두려움, 공포감, 막막함 등 심리적 변화는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거나 희석되니까 나의 내면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다양한 감정에 주목했다"고 했다.

이씨는 감염병이 안겨다 준 문학 존재의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발표할 목적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의식하고 쓴 글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책으로 엮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생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웠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쟁터의 한가운데서 겪은 생생한 경험을 시민의 시각으로 기록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려 한다. 아직도 세계는 코로나와 전쟁 중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 기록이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작은 해답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일기를 쓰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실감했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했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인간의 재발견, 나의 재발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책을 출간한 소소담담 출판사 신지원 대표는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기를 썼다는 데 주목했다. 온라인 개학을 한 학생들의 글쓰기 견본으로도 유익할 것 같아 열흘 만에 서둘러 만들었다. 급하게 출간하는 바람에 작가나 출판사의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문제보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일상을 기록한 데 의미를 두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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