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문 연 '대구 1생활치료센터' 문 닫던 날

  • 정우태,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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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30 07:26  |  수정 2020-04-30 07:43  |  발행일 2020-04-30 제6면
병원 이송 환자들에 "조금만 더 힘내세요" 눈물쏟은 의료진
완치 안된 17명 동산병원 이송...의료진에 손 흔들며 감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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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옮겨가는 경증환자를 배웅하고 있다. 의료진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완치할 때까지 환자를 보살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대구경북에서 운영해 온 생활치료센터 16곳을 30일자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9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창의관 앞.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고 방호복을 입은 경찰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 입소자가 마스크를 쓰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고 입구에 설치된 간이 소독실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 의료 폐기물 수거함에 버릴 물건을 버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구급차에 몸을 싣자 의료진은 "조금만 더 힘내세요. 건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격려했다. 퇴소자는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의료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차례로 걸어나오는 입소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하나같이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계속해서 배웅 인사를 하던 의료진 가운데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경남 삼천포에서 의료봉사를 자원해 50여일을 이곳에서 지낸 간호사 박모씨(22)는 "저는 아직 학생이지만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자원해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왔다"면서 "환자들이 집이 아닌 또 병원에 가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갑자기 눈물이 났다. 꼭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은 3월2일 운영을 시작한 전국 최초의 생활치료센터인 대구 1생활치료센터에서 모든 입소자가 퇴소한 날이다.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한 17명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경증·무증상인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던 대구경북지역 생활치료센터는 30일 모두 운영이 종료된다.

센터장을 맡았던 이택후 경북대병원 교수(산부인과)는 "생활치료센터는 감염병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병실이 없어 집에서 목숨을 잃는 환자가 속출하던 시기도 있었다. 무증상, 경증 환자를 센터에서 도맡으면서 치료를 받으실 분들이 제대로 받으면서 큰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 교수는 "430여명이 이곳을 거쳐 퇴소했다. 격리 생활을 감내한 입소자들이 고생했고, 시설을 마련해준 보건당국과 시 관계자, 경찰, 환경청 관계자, 심리상담사, 레크레이션 강사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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