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대, 새 희망 향한 아름다운 퇴장...대구 유권자가 주목한 낙선자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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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1   |  발행일 2020-05-01 제33면   |  수정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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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은 끝이 났다. 당선자들의 당선사례 속에 낙선사례도 관심을 모은다. 4·15 총선이 막을 내린 지 나흘째 되던 지난달 19일 대구시내 곳곳에 내걸린 낙선자들의 감사 현수막이 21초를 남겨둔 신호대기 시간과 묘하게 대비된다. 21대 총선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해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권택흥 후보가 선거가 끝난 지 6일이 지난 지난달 21일 오후 성서산단 교차로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 아래 작은사진).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10여 일간 낙선 인사를 드렸습니다. 정치가 시민들께 배척당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정책을 준비하고 대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유권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낙선했다고 사라지고, 일상적인 정치 활동 없이 선거 때만 나타나서 표를 구걸하는 선거 행태를 평소에 비판해 왔기에 저라도 부족하지만 대구시민들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21대 총선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해 득표율 26.9%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권택흥 후보는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부터 낙선 인사를 시작해 같은 달 24일까지 매일 오후 지역 주요 교차로에서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메고 지역 주민들에게 머리를 90도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이를 지켜본 지역 주민 입에서는 여러 말이 나왔다. "떨어졌는데도 매일 저렇게 나와 인사하는 건 처음 본다." "낙선을 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 10일이나 낙선 인사를 하는 걸 보니 좀 짠하다." "인물은 전혀 보지 않고 특정 정당에만 투표하는 건 앞으로 좀 변해야 할 것 같다." "단 0.1%만 앞서도 당선과 낙선이 갈리는 선거제도를 이젠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선거 때 보여준 정치인들의 모습이 이번에는 4년간 계속됐으면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은 막을 내렸다. 승자와 패자도 갈렸다.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여러 이유와 사연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달라진 모습은 패자들의 깨끗한 승복과 승자에 대한 축하였다. 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낙선자 자격이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이든 할 일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역민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을'에서 대권 주자인 홍준표 후보와 선거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2.7%포인트 차이로 석패 한 이인선 후보는 낙선 후 홍 당선자를 찾아가 축하했고, 유세차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낙선 인사와 함께 일일이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고마움을 표했다.

선거 출마를 위해 고향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인사들도 낙선 또는 낙천 이후 4년 뒤를 바라보고 대구에 정착해 '서울 TK'가 아닌 '대구 TK'가 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서구갑'에서 미래통합당 경선에서 낙천한 이두아 후보는 이달 말쯤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겠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약속했다. '대구 수성구을' 통합당 경선에 나섰다 낙천한 정상환 후보도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와 달리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다. 정치인들이 지역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일상적인 정치가 민생현장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내리 3선을 했던 지역구(경기 군포)를 떠나 대구로 내려와 31년 만에 대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김부겸 의원과 재선의 홍의락 의원도 일방적인 보수 정당 지지에 대한 서운함을 뒤로 접고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대구에 바쳤던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의 정치를 향한 제 발걸음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홍 의원은 "대구의 변화 없이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 한쪽 날개가 없는 대구를 방치할 수 없다"며 대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쏟아냈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각오가 대한민국 정치, 아니 대구의 정치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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