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코로나19 그 이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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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8   |  발행일 2020-05-08 제22면   |  수정 2020-05-08
코로나에 글로벌리즘 균열
'세계의 공장' 중국 흔들려
해외진출 기업들 본국회귀
우리나라도 수입선 다변화
개발·생산 국산화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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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질병은 인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역사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유럽 전체 인구의 1/3을 희생시키면서 중세 봉건제의 막을 내리게 했고, 1910년대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대유행의 범위로만 본다면 미증유의 사건인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과연 역사에 무엇을 남길까?

'세계의 공장'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임금이 싼 세계 어디서든지 저렴하게 물건을 만들어 세계에 팔 수 있는 게 '글로벌 공급망'이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비용과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생산구조에서 가성비가 높은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돈벌이에 최적지가 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버리고 정치적 굴기를 도모하여 서방국가들의 경계심을 자극한 결과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뒤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0여년을 지배해온 글로벌리즘(세계주의)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글로벌리즘의 균열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2010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대적인 '리쇼어링' 캠페인을 벌인 이후 리쇼어링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올랐다. 리쇼어링은 기업의 해외진출을 뜻하는 오프쇼어링과 반대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제조업의 본국회귀를 의미한다. 현재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일본과 독일 외에 프랑스도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연재해와 국가 간 분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생산의 글로벌리즘이 리쇼어링 트렌드로 흔들리고 있는 국면에서 느닷없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른바 '자국중심주의'로 급격히 전환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경봉쇄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뉴노멀"이라는 언명은 이젠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자국 산업을 지키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국 국민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데 전 세계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GVC) 대신 자국에서 기술개발부터 완성품까지 생산하는 플랫폼인 역내 공급망(RVC)이 부상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과 스마트 공장을 이용하여 인건비와 물류비용 등 직접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병행설계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세계추세를 비껴갈 수는 없다. 이미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 의문을 던졌다.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은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를 불러일으켜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의 절실함을 일깨웠고 그 이전 중국의 사드보복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급선의 지나친 집중도는 이들 사건과 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위험한지 폐부에 스며들 정도로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특별히 유념할 현상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체계는 비용과 효율성 일변도에서 안전과 안정성, 신뢰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방역체계에 전통적인 근면성과 기술력은 어느 정도의 임금격차를 상쇄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에게 1960~70년대 이후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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