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스릴러·코믹 종횡무진 '중년 女배우 전성시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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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6   |  발행일 2020-05-16 제16면   |  수정 2020-05-16
안방극장 홀린 '3人3色 매력'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신인 배우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대체불가한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40~50대 중년 여배우들 말이다. "여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농밀함을 무기로 각자 자신만의 영역 구축에 나선 그들은 멜로와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험과 도전을 지속하며 강력한 우먼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그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김희애, 불륜 복수하는 아내 역 완벽 소화…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
최강희, 고공 낙하 등 첩보액션 선보이며 웃음포인트까지 살려 劇 중심축 역할
이보영, 첫사랑과 재회한 40대 감정 폭넓게 선봬…"내 최애 캐릭터 될 것 같아"


◆'부부의 세계'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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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부부의 세계'의 김희애(왼쪽).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야." 영국 BBC One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JTBC '부부의 세계'는 파격적인 19금 편성으로 '신드롬급'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일(14회) 시청률은 24.3%(닐슨코리아).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 기록을 보유한 같은 방송사 'SKY 캐슬'(23.8%)도 뛰어넘었다. 16일 종영을 앞두고 마치 뒤엉킨 실타래 같은 인물들의 관계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지선우를 연기한 김희애에게 먼저 눈길이 간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지역사회에서 명망을 쌓고, 사랑하는 남편(박해준)과 아들이 곁에 있는 삶. '부부의 세계'는 완벽하다고 여겼던 세계가 남편의 외도로 완벽한 기만이었음을 알게 된 지선우의 복수를 다뤘다. 불륜 당사자로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그려냈던 김희애의 전작 '내 남자의 아내' '아내의 자격' '밀회' 때와는 입장이 180도 달라진 캐릭터다. 하지만 선우는 똑똑하고 현명하다. 남편이 바람났다고 울고불고 상대 여자 머리채를 잡는 무식한 여자가 되기보단 최대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내가 가진 것에서 남편만 도려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다소 식상하고 파격적인 불륜 소재지만 김희애의 탄탄하고도 섬세한 심리 묘사는 매번 캐릭터와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느끼는 행복부터 시작해 절망과 분노 등 극단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단박에 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굿 캐스팅' 최강희

최강희
SBS '굿캐스팅'의 최강희.

"'굿캐스팅' 덕에 묵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갔습니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국정원에서 책상만 지키던 여자들이 우연히 현장 요원으로 차출된 뒤 초유의 위장 잠입을 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최강희는 전설의 '블랙 요원' 백찬미 역을 맡아 코미디와 첩보 액션을 표방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대뽀'가 정공법이며, '로열 또라이'가 별명인 문제아 백찬미는 강한 개성과 색다른 결을 가진 배우 최강희에게 맞춤옷 같은 캐릭터다.

데뷔 이래 다양한 장르의 역할을 소화해 왔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모두 최강희의 이미지에 녹아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탈바꿈했듯, 이번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세계를 보란 듯이 구축했다.

첩보 액션이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화끈한 액션 장면들도 유감없이 선보였는데, 번지점프 줄에 매달려 고공 낙하하는 고강도 액션까지 소화했다. "극 중 상황이 내 상황과 비슷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마웠던 이야기였다"는 최강희는 "시청자도 여자들이 통쾌하게 싸워주고 이겨주고 승리해주고 같이 울어주니까 대리만족하고 응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양연화'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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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화양연화'의 이보영.

이보영은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을 통해 "역시 이보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활기차게 포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첫사랑이 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난 재현(유지태)과 지수가 가장 빛나는 시절의 자신을 마주한 과정을 그린 정통 멜로극이다.

이보영은 힘겹지만 고요히 흘러가던 삶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또 한번의 '화양연화'를 만나게 된 윤지수 역이다. 색 바랜 청바지에 얇은 야상 차림, 고무줄로 대충 하나로 묶은 머리, 수수한 화장 속 단아한 모습으로 첫 등장한 지수는 캐릭터가 가진 외적인 면을 단번에 설명한다. 이보영은 "지수는 아마 제 최애(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매력 있고 사랑스럽다"고 소개했다첫사랑과 재회한 40대의 아련한 멜로극 '화양연화'에서도 이보영이 보여준 윤지수는 또 하나의 이보영이라 여겨질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는 "지수를 연기하며 내가 지수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이렇게 의연하게 잘 이겨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40~50대 여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최근 다양한 장르의 등장과 함께 콘텐츠 자체가 젠더 의식을 반영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연기는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임신과 육아를 실제 경험한 여배우들이 이와 관련된 작품에 출연할 환경과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고 극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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