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초중고 교사 원격수업 후기] <1> 남대구초등 손광수 선생님

  • 최미애
  • |
  • 입력 2020-05-11 08:00  |  수정 2020-05-11 08:12  |  발행일 2020-05-11 제14면
"스마트기기 익숙한 학생들 역량 확인하는 계기"

지난달 9일 첫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원격수업을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교사와 학생에게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오는 13일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원격수업은 또 다른 학교 수업의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첫 원격수업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보완해나간다면 자연재해 등으로 교실 수업이 어려울 때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지역 초·중·고교 교사들로부터 원격수업 후기를 세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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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구초등 손광수 교사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초등 5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첫날인 지난달 16일, 손광수 남대구초등 교사는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 반 학생 14명은 화상 회의 플랫폼에 접속하자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를 하느라 웅성웅성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음소거 상태로 수업을 듣다가 발표할 때는 음소거를 해제했다. 모든 학생이 함께 대답하거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때는 '전체 음소거 해제'를 누르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손 교사는 "'초등학생들에게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원격수업의 장점은 현장수업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 교사는 마치 교실 칠판에 판서하듯 태블릿 PC와 스마트펜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화면이 느려지거나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손 교사는 태블릿 PC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보이는 화면을 확인해가면서 수업 속도와 내용을 맞춰나갔다.


태블릿 PC·스마트펜 이용해 설명
칠판에 글 쓰듯이 현장수업과 유사
모둠활동은 화상회의 플랫폼 활용
결과물 공책 정리하고 공유하기도
기능수업 온라인으론 부족해 아쉬움


'원격수업에서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있었던 모둠 활동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 교사는 학생들에게 플랫폼의 '소그룹 회의' 기능을 활용해 모둠 활동을 진행하도록 했다. 모둠 활동의 결과물은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공책에 정리하고 사진으로 찍었다. 플랫폼의 '공유' 기능을 이용하면 다른 친구들에게 사진 내용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대면 수업보다 학습이 효과적인 수업도 있었다. 수학의 경우, 부진 학생들이 많이 생겨나는 교과다. 손 교사는 원격수업을 하면서 수업이 끝난 후 화상 채팅방에서 개별 학생의 지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교사의 설명을 학생들이 모니터를 통해 교실보다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학생들이 학습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즉시 점검할 수 있었다는 게 손 교사의 설명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수업 장면을 녹화해서 학급 플랫폼에 올려 놓으면 볼 수 있다는 것도 대면수업과 비교해서 좋은 점이다.

반면 걱정도 있었다. 교사와 학생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고,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이 해킹당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다행히 줌은 보안을 점점 강화했고, 손 교사도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됐다. 손 교사는 "네티켓, 저작권, 초상권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는 겉핥기식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원격수업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식적인 부분은 학습할 수 있지만, 기능과 관련된 교과는 대면 수업만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쌍방향 수업 초창기 학생들이 가졌던 호기심과 관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는 것도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공유하던 수업 노하우를 이제는 원격수업에 맞춰서 고민하고 개발해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게 손 교사의 의견이다.

손 교사는 "학생들이 원격수업 관련 기능에 점점 숙달되는 만큼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고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교수 학습 모델이 필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교 교육 인프라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구축한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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