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사업 만들어 낸 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 모자

  • 조경희
  • |
  • 입력 2020-05-12   |  발행일 2020-05-13 제12면   |  수정 2020-05-12
장애 가진 예술인 10여 명과
대구 중구청 '발달장애 예술인 경로당 공연' 사업 선정
주민이 예산편성 참여하는 주민참여제도 일환으로 마련
경로당·노인복지관 47곳 다니면서 정기 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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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가 경로당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하며 재능기부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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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TV화면 왼쪽)와 어머니 배영미씨가 KBS 대구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전. 빨강 조끼와 빨강 바지를 입은 한 건장한 청년이 아코디언으로 '어머님 은혜'를 연주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전해졌다. 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씨(24)가 KBS 대구 '아침마당'에 어머니 배영미씨와 함께 출연한 것. 김씨는 '1급 장애 고교생, 아코디언 연주로 재능기부'(영남일보 2015년 5월13일자 12면 보도), '어르신 춤추게 한 발달장애 1급 꽃남자 산타'(영남일보 2018년 1월3일자 14면 보도) 등으로 이미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방송에서 어머니 배씨는 아들이 자폐증을 진단 받았을 때의 충격, 초등생 시절 여섯 차례나 길을 잃은 사연,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아들과 시아버지 간의 정(情) 등 가슴 시린 얘기들을 시종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김씨도 어느 한 군데 그늘진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특히 배씨는 지난 1월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배씨는 "(아들이) 두 살 때 치료비가 너무 비싸 신랑 혼자 벌이로는 감당을 못해 시아버지에게 어린 아들을 맡겨 놓고 간병사로 2교대 근무를 했다"며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시아버지께서 치료실을 데리고 다녔다"고 했다. 이 얘기가 끝나자 아들 김씨는 "(할아버지를) 항상 만나보고 싶어요"라고 크게 외쳤다. 배씨에 따르면 아들 김씨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병석의 할아버지 수염을 깎고, 코털도 깎아 줄 만큼 정이 깊었다. 


김씨가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초등 4학년 때부터다. 현재 200곡을 외워 1년에 한두 차례 버스킹도 한다. 18㎏이나 되는 무거운 아코디언을 메고도 한 시간은 거뜬하게 서서 연주하는 김씨는 연주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경로당·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의 산타가 돼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하루 두 시간 매일 연습할 정도로 실력을 쌓고 있다. 배씨는 "요즘도 요일별로 연습하라고 하면 칼같이 지킨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올해 김씨는 장애를 가진 다른 예술인 10여 명과 함께 '발달장애 예술인 경로당 공연' 일자리 사업(대구 중구청)에 선정됐다. 해당 지역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제도 일환으로 마련된 일자리 사업으로, 어머니 배씨가 인근 경로당과 복지관을 일일이 방문해 서명을 받는 등 직접 발로 뛰어 얻어낸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직 시작을 못 하고 있지만 경로당·노인복지관 47곳을 다니면서 정기 공연을 하게 된다. 


배씨는 영남일보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아들이 유명해졌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배씨는 "첫발은 영남일보 덕분이다. 그리고 '대구 문화재 야행' 등 행사 때마다 준영이 연주가 끝나면 꼭 찾아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류규하 중구청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못한다. 천사 같은 사람들이다"며 "준영이가 아코디언 연주자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두 사람이 "내 아들이어서 참 좋습니다" "부모님 항상 깊이 사랑합니다"라며 포옹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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