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톰보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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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5   |  발행일 2020-05-15 제39면   |  수정 2020-05-15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 친구들에 발칙한 거짓말

톰보이

치마보다는 바지를, 화장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는 10세 소녀 로레(조 허란). 이제 막 가족과 함께 새 동네로 이사 온 로레는 새롭게 만난 친구들에게 얼떨결에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하고 마치 남자인 척 행세한다. 아이들 누구도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로레를 여자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축구와 수영 실력까지 좋아 단번에 인기남으로 부상한다.

리사(진 디슨)는 그런 로레를 좋아한다. 다른 아이들과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 로레 역시 리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친구들에게 미카엘로 통하는 지금이 훨씬 더 편하고 즐겁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우려해 동생 잔(말론 레바나)에게 단단히 입단속을 시킨 로레는 이후 엄마와 아빠 몰래 이중 역할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 때문에 바꾼 성역할극
어린시절 순수한 감정·호기심, 따뜻하게 그려내


'톰보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싶었던 사춘기 소녀 로레의 풋풋하고 치기 어린 성장담이다. '워터 릴리스' '걸후드'와 함께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3부작' 중 한편으로 미니멀리즘적 성향의 단순하고 간결한 화면 구성과 전개가 돋보인다. 영화는 성적 기호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던 로레를 중심으로, 성 역할을 거부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그려낸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 때문에 원하는 것을 강제로 차단당했지만 이를 갓 사춘기에 접어든 엉뚱한 소녀의 해프닝으로 담아냈다.

로레의 거짓말에 특별한 이유나 계기는 없다. 단지 좋아하는 것들을 더욱 편하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다. '톰보이'는 소녀들의 정체성과 관계맺음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던 셀린 시아마 감독의 유년기 시절 경험이 오롯이 투영됐다. 그는 "유년기는 욕구가 강하고 감각적인 시기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정체성을 갖고 놀 수 있다"며 "나는 그러한 캐릭터들이 가져다주는 내러티브와 영화의 관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특별한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스스로 꿈꾸고 바라는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10세 아이를 함부로 재단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성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감정과 호기심을 시종 따뜻한 시선으로 견지해 나간다.

세련된 영화 문법과 어린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연기 조화가 그 과정에서 눈부시다. 특히 가늠하기 어려운 중성적인 외모로 시선을 잡아끄는 조 허란의 깊은 눈빛과 표정이 압권이다. 무표정해 보이지만 늘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신비롭기까지 한 그의 얼굴은 많은 설명 없이도 단숨에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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