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빠던 vs 배트플립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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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7   |  발행일 2020-05-18 제25면   |  수정 2020-05-18
강민구
강민구 대구시의원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한국과 대구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 9부능선을 넘었다 싶어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즈음 또다시 집단유흥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걱정이다. 코로나19로 이렇게 온 나라가 힘들었지만, 특히 직격탄을 맞은 대구시민의 철저한 자가방역 협조로 큰 고비를 넘기고 있다. 이렇게 한고비를 넘기다 보니, 뒤늦은 외국에서 한국을 바로 보는 눈이 참으로 많이 바뀐 듯하다.


1950년초 한국전쟁을 겪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지금은 의료·방역 선진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미국 매릴랜드주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미연방정부를 거치치고 않고 극적으로 수입하고 우리에게 감사를 표시한 것이나, 우리나라에 여행 금지를 하지 않은 나라에 우선 코로나 진단 키트를 수출해 고마움을 받은 것이나, 우리를 도와준 6·25 참전국가에 대한 마스크 지원 등의 일을 볼 때 참으로 한국인으로서 뿌듯하다. 물건이 미제, 일제, 독일제란 상표만 붙어도 최상의 제품이라고 알고 지내던 시절이 1990년대 중반, 25년 전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얼마전 강원도 산불 화재 시에 헬기가 40대 가까이 투입되고, 119 소방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우리나라가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K-Pop이 유행하고 현대판 비틀즈인 방탄소년단(BTS)이 전세계 젊은층에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문화인 K컬쳐가 SNS를 통해 세계 곳곳에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 2월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해 종합예술 전반에서 우리 문화가 인정받고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이 대구 출신이란 점이 더욱 기쁜 사실이다. 우리나라 연예계엔 대구 출신이 엄청 많이 있는데, 이번에 대구시 홍보대사로 멋진 분들을 모셔올 것도 기대한다.
또 다른 희소식이 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사회적 격리와 이동을 통제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 경기가 없어진 것이 또 다른 현상이다. 지난 5일 KBO프로야구가 관중없이 개막을 했다. 프로야구는 대만에서 먼저 시작했으나, 미국 최대 스포츠 중계 채널인 ESPN에서 한국프로야구를 중계를 한다. 야구 종주국으로 100년 역사를 갖고 메이저리그를 보던 미국인이 한국야구를 본다는 뜻이다. 벌써 우리의 여러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해서 우린 메이져리그에 익숙하지만 메이져리그만 보던 미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지금 엄청나게 미국인들이 환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빠던(빳다 던지기)'에 열광한다는 거다. '빠던'은 한국타자들이 홈런을 쳤을 때 세리머니로 주로 하는 것으로 야구장의 흥을 돋운다. 하지만 미국에선 '배트플립'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홈런을 맞는 투수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배트플립을 한 선수에게는 반드시 선수 몸을 향해 고의로 던지는 볼인 '빈볼' 또는 다른 방법으로 응징을 한다. 한국에선 배트 스윙 후 자연스러운 선수의 행동이라고 여기고 즐기지만, 같은 의미인 배트플립은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여러타자의 각양각색의 '빠던'에 미국인이 열광하고 있다. 우린 이젠 의료·문화와 스포츠 수입국을 탈피해 수출국이 되었다.
250년 전 대구(大丘)라고 쓰던 지명을 공자의 이름이 공구(孔丘)인데 "어떻게 지방 도시가 그 이름을 쓸 수 있냐"며 지금의 대구(大邱)로 바꾼 사대주의가 이번을 계기로 없어지면 좋겠다. 하여튼 올해 프로야구에서 '빠던'을 많이 보길 기대한다. 특히 삼성라이온즈팀에서.
강민구<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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