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피의자 4명 평균연령 21.3세...무엇이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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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4   |  발행일 2020-05-15 제2면   |  수정 2020-05-15
갓갓 24세, 박사24세, 부따18세,이기야 19세
전문가들"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적 특성과
공감능력·사회력의 결여가 원인"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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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포함 다수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개설자 '갓갓'(24)이 지난 1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어떻게 저 나이에 오랜 시간 저토록 잔혹한 범죄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n번방'의 주요 디지털 성착취범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평범한 청년인 것으로 드러나자 사회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악랄한 범죄수법은 베테랑 경찰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진화하는 신종 범죄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지난 13일 신상을 공개한 n번방 최초 운영자 문형욱(대화명 갓갓)은 24세의 대학생이다. 앞서 지난 3월 검거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박사)을 비롯해 공범 강훈(18·부따)·이원호(19·이기야) 등 n번방 관련 피의자 4명의 평균연령은 21.3세에 불과하다. 수많은 피해자의 삶을 짓밟는 인격살인을 저질러 온 범인들이 고교를 갓 졸업했거나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경악스럽다. 이 때문에 강훈은 10대 피의자로는 최초로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특히 조주빈·문형욱은 주변에 성실한 대학생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얼굴 속에 가려진 사악한 심성이 사이버공간을 만나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적 특성과 공감능력·사회력의 결여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기기와 한몸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며 "사이버공간에서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타인과 어울리는 사회성, 공감능력 등은 떨어졌을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저지르는 대면범죄와 달리 상대적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장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그동안 n번방 사건같이 잔인하고 악랄한 수법의 범죄를 본 적이 없다"며 "기술이 진화하면서 사이버 공간에 익숙한 젊은세대의 범죄 수법이 기성세대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진화했다"고 했다. 지난 1월 문형욱은 텔레그램 박사방에 접속해 "나는 문상(문화상품권)만 받아서 추적해도 나오지 않는다" "증거가 없어서 자수해도 감옥에 안 간다"며 경찰 추적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또 문화상품권·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유료회원을 모집하거나 보안성이 강한 SNS를 이용해 경찰을 따돌렸다. 자신의 신분은 철저히 감춘 채 유료회원 신분증 인증을 통해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경찰은 변화하는 신종 사이버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각 지방청에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사이버안전과를 신설하고 관련 기능을 경정급에서 총경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덕분에 이번 n번방 수사에서도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과의 디지털 증거 수집·분석력이 주목받고 있다. 류 교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에선 앞으로 대면형 강력범죄보다는 사이버·지능 범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오프라인 현장에 설치된 방범용 CCTV처럼 경찰이 사이버공간에서도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수사조직 확대와 함께 전문성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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