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에 독립운동기념관이 없어 부끄럽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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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  발행일 2020-05-26 제25면   |  수정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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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준비위원장

우리는 전 세계적 위기인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미국처럼 사재기도, 유럽처럼 정부방침에 비협조도 없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국민, 우리 대구시민이 나는 자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대구시민으로서 일면 부끄럽기도 하다.
대구에는 독립운동기념관이 없다. 1910년대 최고의 무장항일운동 단체 대한광복회 지휘장이었던 나의 선친 백산 우재룡은 일제로부터 두 번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렇게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하셨지만 해방 이후 "독립 운동가들은 시주를 하고 흙떡 맞은 꼴이 되었다"라고 자조하셨다. 또 "통일이 돼야 진정한 독립이 된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셨다.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일신의 안일을 팽개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지사들이 해방정국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 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암살되고, 의열단 단장 김원봉도 북으로 쫓겨갔다. 선친의 말씀대로 독립운동가들이 '흙떡 맞은 꼴'이 되었고, 조국은 남북으로 갈려 미완의 독립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은 독립운동정신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주독립정신이 살아있었다면 흙떡이나 미완의 독립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합심하여 자주독립정신을 일깨워야 하고, 후손들에게 그 혼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국 곳곳에 제대로 된 독립운동정신 함양 도장이 있어야 한다. 천안에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국립 독립기념관 외에도 각 지역마다 향토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어야 마땅하다. 


'국채보상운동 도시'로 알려진 대구는 어떤가? 159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대구는 인구 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나 많은 '독립운동의 성지'다. 그런 대구에 독립운동기념관이 없으니, 그것이 나는 부끄럽고 송구하다.


대구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을 불러보자.
명성황후 시해 후 최초로 창의한 의병장 문석봉! 조선국권회복단 총령 윤상태! 191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결사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조양회관 건립자 서상일! 1920년대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의열단 창단 주역 이종암! 17세 이후 대구에 거주한 '광야'의 의열단 시인 이육사! 일장기 말살사건의 주역 현진건! 중국 정규군 장군 항일 선봉 이상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대구가 명백한 의열의 도시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자랑스러운 선열들은 이처럼 즐비하다. 그런데도 선열들의 정신을 깃발에 새겨 휘날릴 독립운동기념관이 없다.
250만 시민의 뜻을 모아 대구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 숭고한 독립운동정신을 높이 세우고,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진정한 독립인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강호 제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 사업에 적극 동참하시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자랑스러운 정신을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대구시민의 명예를 드높이고, 대구를 명실상부한 독립운동의 성지로 세웁시다!"

우대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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