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매출 2兆 에스엘 '사면초가'...분식회계 드러나 상장폐지 심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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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  발행일 2020-05-25 제1면   |  수정 2020-05-25
대구경북지역 최대 자동차부품업체
소액주주 "오너 일가 퇴진" 요구
향후 시장 신뢰도에도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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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진량읍에 위치한 에스엘 본사 전경.(영남일보 DB)
대구경북지역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엘<주>이 연이은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해외 법인 분식회계가 적발돼 주식거래가 정지 당하면서 상장폐지 심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오너 경영진 퇴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분식회계 원인이 납품처의 원가절감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향후 시장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헤드램프 시장점유율 1위인 에스엘은 최근 계열사인 인도법인 에스엘 루멕스의 2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에스엘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감사인 지정 3년, 담당 임원 직무정지 6개월 및 해임 권고, 검찰통보, 시정요구 등을 의결했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사실상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관련해 내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제재가 포함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에스엘 인도 법인은 완성차업체의 단가인하 요구를 방어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을 각각 130억원·120억원을 줄였고, 2018년에는 재료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자 112억원을 늘려 신고했다. 또 에스엘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 계열사가 해당 국가로부터 공제받은 세금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1천60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지난 21일 오후 에스엘 주식거래를 정지했다. 정지기한은 상장심의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6월10일까지다. 심사에 따라 상장유지나 폐지가 결정된다.

에스엘은 지난해 매출 2조2천622억원을 달성했다. 중국·북미·인도 등지에 17개 계열사를 둔 자동차 부품업체다. 이 같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가족경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엘은 지난해 말 기준 이충곤 회장과 이성엽 총괄경영 사장·김한영 전무 3인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장은 이 회장의 장남이다. 이 회장의 차남인 이승훈씨도 계열사인 에스엘미러텍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엘 최대 주주인 이성엽 사장 25.5%, 이 회장 14.14% 등 특수관계인이 전체 발행주식의 6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에스엘과 에스엘라이팅 계열사의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가 에스엘 지배력을 키웠다.

에스엘이 상장기업이지만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도 오너 일가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다수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게 된 경우라는 것.

한 소액주주는 "매출 2조원이 넘는 회사가 회계 눈속임을 통해 회사 수익을 지키려고 하는 사고방식은 구멍가게 경영마인드"라면서 "결국 애꿎은 소액주주만 피해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엘을 바라보는 외부의 눈길은 싸늘해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2일 에스엘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는 직전보다 35% 낮춘 1만3천원을 제시했다. 에스엘의 거래정지 직전 주가가 1만3천800원.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춰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분식회계 논란이 결정적 원인이다.
금융시장 빅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에스엘의 시장심리지수 역시 최악 수준이다. 에스엘은 1단계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시장심리지수는 '매우 나쁨'에서 '매우 좋음'까지 7단계다. 이 중 가장 낮은 1단계는 해당 종목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긍정적 반응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납품처인 완성차업체와의 향후 관계도 먹구름이다. 분식회계의 원인으로 단가인하 방지를 내세우면서 향후 단가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협상은 재무제표를 기초로 진행된다. 그런데 완성차업체가 향후 협상에서 에스엘을 얼마나 신뢰할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에스엘 측은 "앞으로는 회계투명성 제고와 내부감사장치를 강화해 이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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