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개는 훌륭하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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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07:53  |  수정 2020-05-25 08:04  |  발행일 2020-05-25 제15면

문제일
DGIST·뇌 인지과학전공 교수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2018년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 3분의 1인 580만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그중 반려견 수는 약 6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나 '개는 훌륭하다'라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예능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말썽꾸러기 반려견과 반려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 등장하는데, 동물행동전문가인 한 훈련사가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로운 반려견과 보호자 관계를 되찾아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흥미롭게도 대부분 문제가 반려견보다는 반려견의 보호자에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경우, 보호자의 반려견에 대한 무절제한 사랑이 반려견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동물행동전문가가 이런 설명을 해주면 반려견의 보호자는 서운해하고, 자신들이 키우는 반려견의 속마음이 뭔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려견은 우리 사람들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주로 얼굴 표정으로 나타냅니다. 지난 4월 사람과 동물 간에 서로 얼굴 표정에 담긴 감정을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영국 링컨대학교 심리학과의 Catia Correia-Caeiro 교수 연구팀에 의해 'Animal Cognition' 잡지에 발표되었습니다. Correia-Caeiro 교수 연구팀은 사람과 개가 얼굴 표정을 읽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소 상이하지만, 사람과 개 모두 이 과정을 비교적 기계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이러한 기계적인 시선 처리를 통해 감지된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다양한 감정에 따른 얼굴 표정의 변화 레퍼토리를 파악하는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즉 반려견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반려견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환경에 반응하는 반려견의 표정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여 그 표정 변화에 담긴 감정을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동물행동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반려견의 표정에서 공포, 불안, 흥분, 즐거움 등의 감정을 쉽게 알 수 있다 합니다. 간단한 예로 귀를 쫑긋 세우면 경계하고 있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중이고, 귀를 접으면 기쁘거나 무섭다는 것입니다. 반려견과 가족이 되어 함께 생활하면서 반려견 얼굴 표정을 통해 반려견이 여러분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속마음을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여러분이 힘들 때 반려견은 위로의 얼굴 표정으로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겠죠?

DGIST·뇌 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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